[쿠키뉴스=심유철 기자] 금융노조가 지난 23일 ‘성과연봉제’ 반대를 이유로 총파업을 감행했다. 오는 27일, 28일에는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차례로 파업한다. 공공‧금융 분야에서 연이어 파업이 발생하자 시민사회는 파업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을 갖는 한편 뒷따르는 불편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연봉은 기본급과 부가급으로 나뉘는데 부가급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인상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2010년부터 2급 이상 공공기관 간부들에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왔다. 현 정부는 성과연봉제 적용범위를 확대해 지난 1월부터 하위직급과 기능직 등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게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권 총파업
금융 노조는 지난 23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10만 금융노동자 9·23 총파업 및 전체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었다.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해서다.
현장에는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을 비롯해 금융공기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대구와 부산, 경남, 제주 등 각 지방은행 소속 조합원도 총회를 위해 상경했다.
이번 파업이 진행되면서 파업 참여율이 높았던 은행에서는 업무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본사에서 인력을 보충해줬지만 역부족이었다.
고객이 입‧출금 업무를 보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대출 상담이나 자격증이 있는 직원만 상담이 가능한 펀드 가입의 경우 직원 공석으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서울 지하철 1~8호선 전체가 오는 27일부터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교통대란을 막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출‧퇴근 시간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낮 시간대에는 운행량을 80~85% 수준으로 줄인다”고 밝혀 시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28일 총 51개 사업장, 1만여 명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성과연봉제’에 대한 반대와 보건의료인력 특별법 제정 등 근로조건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파업에는 경희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사립대병원과 보훈공단 소속인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참여한다.
▲불편은 시민 몫…성과연봉제 ‘뭣이 중헌디’
금융권과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받는 불편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금융권이나 공공기관 직원 자신들이 철밥통을 지키려고 하는 건데 왜 우리가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의문이다”며 호소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기관이 실적에 매달리게 되면 ‘돈 되는 고객’만 골라 영업을 할 거라는 지적이다.
총파업에 참여한 기업은행 직원 A씨는 “실적에 혈안이 되다 보면 계약을 따내기 바빠 기존 고객의 사후 관리가 굉장히 취약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공공병원 성과연봉제 반대측은 해당 제도 도입이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실적을 내기 위해 과도한 검사 및 처방을 하는 등 과잉 의료 행위를 하게 돼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철도와 지하철의 경우 성과연봉제의 평가 기준이 ‘사고 발생 여부’가 된다. 이에 따라 공공 운수 직원들은 성과를 위해 장애 신고를 의도적으로 줄이게 돼 시민들의 안전사고 발생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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