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송금종 기자] 조삼모사(朝三暮四) 라는 말이 있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으로 눈앞에 보이는 차이는 신경 쓰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라는 의미다.
정부가 23일 소비 진작을 위한 내수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 중 한 가지가 금요일 오후 4시 퇴근하기다.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뜬 것인데, 매월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하고 이날만큼은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대신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평소보다 30분간 일을 더 해 주당 근무시간을 맞추게 할 계획이다.
소비를 늘려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자는 정책 취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을 두고 쓴소리가 들린다.
우리나라 근무환경과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제조업의 경우 2교대, 3교대가 많고 일부 업종은 탄력근무를 하기도 한다. 또 야근이나 잔업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평일 초과근무-금요일 조기퇴근을 적용하기가 힘들다. 직장인들도 일이 남았는데 일찍 퇴근을 해버리면 남은 일은 누가 하냐는 반응이 다반사다. 기업들도 이 제도에 얼마나 동참할지 불확실하다. 사람들이 퇴근을 일찍 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소비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제도 시행 이후도 문제다. 소득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소비를 부추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전년대비 5.6% 감소했다. 저소득층의 지갑은 더 얇아졌는데 정부는 소비를 권장한다. 내수활성화 대책은 결국 돈 쓰는 시간은 주겠지만 쓸 돈에 대해서는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외국의 선진화된 제도를 가져오려는 시도는 좋다. 바쁜 현대인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누구에게나 꿈같은 얘기다. 하지만 정책을 좀 더 구조적인 측면에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대권 공약으로 칼퇴근법을 내걸었을 때도 주위 반응은 냉담했다. 업계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이상에 가까운 공약이라는 의견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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