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리얼’은 사실 정답이 있는 영화예요.”
‘망작’ ‘괴작’ 등의 수식어로 개봉 전부터 혹평을 받고 있는 주연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에 관해 막상 주연배우인 김수현은 편안하게 일축했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현은 “시나리오를 전부 본 저도 수도 없이 해석이 틀렸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퍼즐이나 미로처럼 복잡하게 설계돼 있었고, 그 정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재미있었던 시나리오지만 편집 과정에서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끝과 끝을 이어보면 복잡한 미로가 일자로 펴지죠.” 김수현의 설명이다.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리얼’은 김수현의 설명을 들으니 그제서야 명쾌하게 이해되는 영화였다. 그러나 주연배우가 설명에 나서야만 이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결코 좋은 영화는 아니다. 다만 김수현의 차분함은 다시 한 번 영화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김수현은 ‘리얼’의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해석하며 계속해 틀리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았다고 말했다.
“제가 캐릭터를 해석하고, ‘이러한 것이 아니냐’고 가져가면 감독님이 틀렸다고 재차 수정해주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가득한 숙제를 해치우는 기분이었는데, 저는 그런 것을 좋아하거든요. ‘어? 한 번에 안 먹히네?’싶은 거죠.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기분이랄까. ‘리얼’은 도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어요. 지금의 혹평도 어찌 보면 영화가 대중에게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은 숙제가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수현은 숙제가 많은 시나리오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 다채로울수록 좋아요. 많게는 1인 4역까지 했어야 하는 시나리오인데, 캐릭터를 스스로 구분해가며 연기하는 재미가 대단했죠.” 실제로 ‘리얼’속 유일하게 볼만한 거리는 시시각각 캐릭터를 바꾸는 김수현의 모습이다. 굳이 캐릭터를 구분하는 소품이 없어도 김수현은 계속해서 자아를 바꿔나간다.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자아, 그리고 나중에는 진짜를 따라하다 못해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에 빠져버리는 장태영의 모습은 호연이라고 부르기 충분하다.
그 중 가장 볼만한 것은 일명 ‘작가 장태영’이라고 부르는 제 2의 인격이다. 영화 내내 끊임없이 ‘불호’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작가 장태영은 영화의 반 이상을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가면을 쓴 장태영은 ‘정말 김수현이 연기했나? 다른 사람이 연기한 것이 아닌가?’싶을 정도로 이질적이다. 김수현은 해당 캐릭터에 관해 “가면 효과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가면을 쓰고 연기하자 훨씬 과감해지고 실제로 자아가 바뀐 기분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놀라운 건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이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말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는 거예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가면극을 그렇게 고집하는 교수님이 계셨어요.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요.”
“영화 ‘리얼’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어렵더라도 볼거리도 많으니 보러 와 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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