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지코의 놀라운 기자간담회가 주는 데자뷰… 소속사의 태업

[친절한 쿡기자] 지코의 놀라운 기자간담회가 주는 데자뷰… 소속사의 태업

지코의 놀라운 기자간담회가 주는 데자뷰… 소속사의 태업

기사승인 2017-07-13 00:00:00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2013년 ‘베리 굿’(Very good)으로 컴백했던 블락비와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습니다. 유독 그 인터뷰가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블락비가 친절해서도, 멋있어서도 아닙니다. 소속사의 놀라운 대응 덕분입니다. 당시 컴백으로 바빴던 블락비 소속사 세븐시즌스 홍보팀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 시간 마련이 여의치 않자 한 음악방송 대기실로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워낙 숨 가쁜 일정을 보내는 아이돌 가수들의 삶을 익히 아는지라 기쁘게 응했죠. 블락비 멤버들은 2012년 태국 홍수 관련 발언 논란 이후 한층 신중해진 모습이었고, 인터뷰가 시작되자 친절하게 질문에 응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한 지 5분이 되지 않아 세븐시즌스 소속사 고위 관계자라는 이가 나타나 인터뷰를 갑자기 중지시켰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태국 발언 이후 언론 취재에 민감하니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블락비 멤버들의 호의적인 응대와는 십분 다른 태도였고, 강압적이기까지 했죠. 결국 기자는 홍보팀 측의 사과만 받고 당황스럽게 인터뷰를 끝내야 했습니다. 사전에 인터뷰를 섭외를 했건 아니건 무조건 안 하겠다는 태도 앞에서 항의는 별 소용이 없었죠.

12일 오후 열린 지코의 기자간담회는 기자에게 당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날 서울 CGV 홍대입구점에서 열린 지코의 두 번째 미니앨범 ‘텔레비전’(Television) 기자간담회는 간담회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일방적 자리였습니다. 오후 1시30분경 행사 시작을 알린 세븐시즌스 측은 가장 먼저 지코의 포토콜을 진행했습니다. 플래시 세례를 받은 후, 여성 진행자가 등장해 지코의 신곡 6곡을 소개했죠. 지코 역시 직접 곡에 대해 짧게 소개하고 뮤직비디오를 기자들과 함께 감상했습니다. 통상적인 경우 이후 기자들과의 질답을 진행합니다. 지코는 블락비로서도, 솔로로서도 화제성이 대단한 아티스트지만 기자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언론에서도 관심이 컸죠. 그러나 이후 진행자는 “이것으로 행사를 끝마치겠다”고 말해 당황을 안겼습니다. 질문이 있다면 이후 서면으로 답하겠다는 말이 전부였죠.

총 진행된 시간은 약 20여분. 지코는 당황스러워하는 기자들 사이를 누비며 빠르게 앨범을 나눠주고 퇴장했습니다. 간담회가 아닌, 일방적 통보에 가까운 행사였죠. “질문 좀 안 받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코처럼 스스로 곡을 만들고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아티스트가 스스로 ‘간담회’를 자처해놓고 질문을 받지 않는 것은 참석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죠. 단순히 앨범 소개를 할 자리가 필요했다면 보도자료를 메일로 주고받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 간담회를 단순히 아티스트의 잘못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익히 계속돼온 소속사의 미흡한 일처리 누적 때문입니다. 행사장에 어수선하게 놓인 집기들을 요청에도 불구하고 스태프들이 치우지 않아 행사 중간중간 지코가 직접 치우거나,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이 짧은 시간 안에도 계속 발생했죠. 심지어 곡 소개 중 지코가 “이 곡들은 전곡 다 듣는 건가요?”라고 진행자에게 묻는 등 미비한 행사 준비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단언컨대 이날 영화관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내용처럼 지코는 좋은 뮤지션입니다. 그러나 그 뮤지션의 그릇을 잘 포장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역량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콘텐츠를 매끄럽게 보여주는 것, 세븐시즌스는 못 하는 것일까요, 안 하는 것일까요?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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