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설경구 씨, 나이 든 선배가 후배에게 갖춰야 할 예의도 있답니다

[친절한 쿡기자] 설경구 씨, 나이 든 선배가 후배에게 갖춰야 할 예의도 있답니다

설경구 씨, 나이 든 선배가 후배에게 갖춰야 할 예의도 있답니다

기사승인 2017-08-29 11:13:42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백치미가 있다”고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한다면 칭찬일까요, 아닐까요. 설령 칭찬이라고 하더라도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의 기분은 어떠할까요.

바로 배우 설경구가 후배이자 막 배우로 발돋움한 AOA 멤버 설현에게 한 말입니다.

지난 28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 언론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설경구는 주인공 김병수 역을 맡아 열연했죠. 설현은 병수의 딸 은희로 분했습니다. 이날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설경구는 함께 연기한 배우들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설현에게 “순백의 모습이 있다”며 “성숙한 모습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백치미라고 할까. 좋은 의미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배우가 백치인 건 좋은 것"이라는 설경구는 "그런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30대, 40대가 돼도 백치미를 잊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은 웃음으로 가득 찼죠.

그러나 그 웃음은 단순히 선후배의 훈훈함이 자아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백치미’라는 말이 여성에게 칭찬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백치는 뇌에 이상이 있어 지능지수가 아주 낮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아름다울 미’를 그 뒤에 붙여봐야 얕잡아보는 의미 이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여성은 성적대상화의 수단으로서만 기능할 뿐, 지성적일 필요가 없다는 뜻도 됩니다. 자리에 함께한 설현은 설경구의 말에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해당 발언이 만들어낸 반향은 당연히 컸습니다. 무엇보다 여성 관객의 분노가 컸죠. 설경구는 최근 영화 ‘불한당’(감독 변성현)으로 젊은 여성 팬을 상당수 확보한 만큼 여성 팬들의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이었고, 발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으로 쏟아졌습니다. “유구히 남성들에 의해 자행돼온 여성 비하”라는 지적부터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런 말을 하는 분이야말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는 비난까지 쇄도했죠.

가장 문제는 설경구가 무례하다는 것입니다. ‘백치미’라는 것이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설경구 본인도 스스로 알고 있을 겁니다. 해당 발언 직후 “좋은 의미로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인 것이 좋은 예죠. 누가 봐도 나쁜 의미를 칭찬이랍시고,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에서 함께 열연한 후배에게 붙이는 것은 경솔함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후배가 경력이 짧고 모자란 사람으로서 선배에게 존경을 표한다면, 선배가 후배에게 지켜야 할 예의도 있기 마련입니다. 앞서 2015년 동료 배우 류승룡 또한 영화 ‘도리화가’ 제작보고회에서 같이 출연한 수지에 대해 “여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인 애교를 갖췄다”고 말했다가 같은 이유로 곤혹을 치렀습니다. 그렇다면 나이 먹은 남자 선배가 어린 여자 후배에게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결국 설경구는 28일 오후 자신의 팬들이 모인 인터넷 게시판 ‘설경구 갤러리’에 “저의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잘못된 표현이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또 설현에게도 사과를 했으며, 언론사 대상의 개별인터뷰 때도 사과를 전하겠다고 말했죠. “앞으로 말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항상 신중하겠다”는 설경구. 부디 다른 배우들에게서도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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