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현장은 수년 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고는 평소 안전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꼽혀 안전사고 예방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하도급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산업안전대책은 그동안 수차례 개선돼 왔지만 2000년대 이후 재해율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제도와 대책을 마련하기만 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시스템을 개선 하기 위해서는 산업현장 전반에 만연해 있는 후진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산업현장 안전사고는 대부분 예방만하면 막을 수 있는 인재이기 때문에 안전문화 분위기 조성 및 실천이 선행 되어야 한다. 또 산업현장의 오래된 병폐로 불리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과 원청을 향한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
◇안전수칙 실천으로 사전에 예방…낮은 '안전의식' 문제
산업 현장의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사업주의 안전의식 미흡과 근로자의 안전수칙 미준수, 감독당국의 안전관리 소홀 등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고는 낮은 안전의식으로 인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데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4대 필수 안전수칙 준수' 및 '건설현장 추락재해·장비사고 예방' 등 이미 수많은 대책들이 배포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규모 건설현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어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정부 주도형의 효율적인 안전관리가 힘든데다 사업주가 안전관리활동을 시간낭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소규모 현장 실태를 고려한 맞춤형 안전관리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작업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현장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정 안전관리비, 적정 공사비, 공사 기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근로자는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경영층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존중'을 기반으로 안전한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유해·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작업 전 안전점검을 습관화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한다면 인재로 인한 사고는 사전에 예방이 가능하다.
◇'위험의 외주화' 만연…원청업체 책임 강화해야
국내 산업구조는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로 일감을 주는 수직적인 하도급 구조가 문제로 인식된다.
건설현장을 예로 들면 발주처에서 종합건설사에 도급을 주고 건설사는 전문건설업체로 하도급을 주는 구조다.종합건설사에서 직접 공사를 진행하려면 분야별로 각종 면허를 다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다소 작은 규모의 건설사에서는 이런 전문가들을 고용해 공사를 진행할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전문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것이 이윤창출에 더 유리해 이런 관행이 고착돼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원청업체는 도급계약의 일부를 떼고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줘 차익을 남기고,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다.
또 제일 낮은 가격을 써내 일감을 받는 최저입찰제도 구조적인 병폐로 보인다. 다단계 도급 구조에서 계약금액을 낮추는 이유가 되고 이는 결국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어진다.
주목해야 될 부분은 사망으로 이어진 산재사고다. 사망자의 다수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었다. 위험한 작업은 외주에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의 경우 원청과 하청이 갑과 을의 고질적 불평등 관계라는 점에서 제도와 대책이 원래 의도대로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제도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이며, 관리와 감독의 필요성이 어느 산업부문보다 절실하다는 의미이다.
이에 산업재해의 원인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다단계 하도급, 외주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원청업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하청업체에 대한 제도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더불어 현장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자행되는 불법과 불공정 관행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마다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을 떠나 일용직 근로자까지 공사현장 안전관리 강화, 협력사 안전관리 교육 강화, 준공 후 입주사 대응 훈련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