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킹스맨: 골든 서클' 더 세진 액션, 저열해진 서사… 형만한 아우 없다

[쿡리뷰] '킹스맨: 골든 서클' 더 세진 액션, 저열해진 서사… 형만한 아우 없다

'킹스맨: 골든 서클' 더 세진 액션, 저열해진 서사… 형만한 아우 없다

기사승인 2017-09-20 07:00:00

*해당 리뷰는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성공 이후 많은 이들이 ‘킹스맨:골든 서클’을 기다렸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화끈한 액션과 더 커진 스케일, 킹스맨들의 뛰어난 활약은 큰 기대 요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킹스맨:골든 서클’은 전작만큼의 만족감을 관객에게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형만한 아우 없다.

에그시(태론 애저튼)는 새 여자친구인 스웨덴 공주 틸디(한나 알스트룀)의 부모님을 만난다. 킹스맨들의 능력으로 에그시는 틸디의 부모님이 던지는 어려운 질문도 척척 대답해낸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쉽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에그시가 스웨덴 왕 부부를 만나던 중 킹스맨의 10개 지부 모두 정체불명의 공격으로 폭파된 것이다. 코드네임 랜슬롯인 록시의 사망은 물론 에그시의 집까지도 폭파돼, 애견 JB도 죽는다.

살아남은 것은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 뿐. 이들은 킹스맨을 다시 세울 방법을 찾던 중, 미국의 비공식 정보국인 스테이츠맨의 존재를 알게 된다. 스테이츠맨은 바로 미국의 양조장 이름. 위스키 통으로 가득한 스테이츠맨의 공장에서, 두 사람은 위스키, 샴페인, 데킬라, 진저 에일 등으로 불리는 코드 네임의 요원들 스테이츠맨을 만나게 된다. 미국의 정보원인 스테이츠맨들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채찍을 휘두르며 두 사람과 함께 새로운 악당 포피(줄리안 무어)와 맞서게 된다.

킹스맨들이 포피와 맞서는 과정은 지난하다. 에그시는 킹스맨도 새로 세워야 하고, 킹스맨을 그렇게 만든 것이 누구인지도 밝혀내야 하며, 밝혀낸 다음에는 악당 포피를 무찔러야 한다. 에그시가 해치워야 할 일이 이미 너무 많은데, 그 와중에 해리까지도 멋지게 살아 돌아와야 한다. 영화가 바쁘다 보니 자연스레 러닝타임은 길어진다. 그 러닝타임을 충실한 이야기와 캐릭터들끼리의 서사로 채웠다면 좋았겠지만, ‘킹스맨:골든 서클’은 전작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저열한 농담으로 구멍을 채워나간다.

예를 들면 에그시는 어떤 여인에게 추적기를 달기 위해 손가락 콘돔을 사용한다. 영화는 해당 추적기가 점막으로만 침투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점막은 에그시의 말대로 콧구멍에도 있고 하다못해 입 안에도 있다. 성적인 뉘앙스 혹은 성관계 장면 등은 이른바 ‘B급 영화’의 필수 요소지만, 영화를 더 세련되게 해 주지는 못한다. 영화가 A급이냐 B급이냐는 흔히 영화의 예산으로 결정된다. ‘킹스맨:골든 서클’의 예산은 A급이지만, A급 예산으로 B급 영화를 만들어버린 셈이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에그시에게 일종의 포상으로 주어졌던 것이 성관계임을 생각하면 ‘킹스맨:골든 서클’에서 에그시가 맞는 엔딩은 의미심장하다. 줄리안 무어의 카리스마는 채 꽃피지 못한다. 콜린 퍼스의 어리숙한 모습을 보고 싶은 팬들은 봐도 좋다. 그러나 전작에서의 냉철함과 예리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슬로우 비디오로 박진감이 더해진 액션만은 기대를 넘어선다. 19세 미만 관람불가. 오는 29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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