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의 원제는 ‘힐빌리 엘레지’(Hillbilly Elegy), 해석하면 힐빌리의 비가(悲歌)입니다.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힐빌리라는 지역에서 부르는 슬픈 노래라는 뜻이에요. 마치 미국 소설 같은 느낌이지만, 책을 열어보면 저자가 어린 시절 경험한 성장 이야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을 선명한 사진으로 표현한 것 같았던 표지도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어두운 그림자와 파란 하늘을 뒤덮고 있는 구름은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자인 J.D. 밴스는 서문에서 직접 언급한 것처럼 대단한 일을 이룬 사람은 아닙니다. 장관이나 주지사, 장관도 아니에요. 나이도 서른한 살에 불과한 가능성 많은 청년일 뿐이죠. 한 가지 자랑할 점이 있다면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는 것입니다. 힐빌리라는 가난한 지역의 백인 하층민 출신으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해요. 조부모 밑에서 자라며 해체된 가족과 불투명한 미래, 소외와 가난이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자세하게 옮겨놓았습니다. 성장한 이후에 자신이 탈출한 그 세계를 보다 객관적인 다시 바라보며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죠.
평범한 가정에서 큰 성공을 이룬 이들의 책은 많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작은 성공을 거둔 사람의 책은 드뭅니다. 성공보다는 가난과 가족의 부재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가난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이에게 가족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