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자락에 긴 노을 지면 걸음 걸음도 살며시 달님이 오시네~”
자카르타의 한 호텔, 한인 동포간담회장에 어린이들의 합창이 울려퍼졌다. 칼라만탄 섬의 석유회사 직원들을 시작으로 40여 년 동안 열대의 타국에서 동포사회를 만들어온 어르신들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바로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인도네시아 동포간담회 현장의 모습이다.
동포간담회 장 연단 양 쪽에는 커다란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이 함께 해 평창올림픽을 알렸고 한복을 입은 수호랑, 반다비가 행사가 진행 되는 동안 무대에서 같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입장하자 300명의 교민들과 인도네시아 측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 휴대폰 카메라를 들어 환영했다. 입장시 에는 대통령 입장곡인 Mr. President가 연주되었고 교민들은 음악에 맞춰 장구를 쳤다. 교민들의 환영 손팻말도 시선을 끌었다. ‘촛불개혁’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전쟁가고 평화오라’ 등의 손팻말과 휴대폰 화면을 든 교민들은 대통령 입장 시부터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환영의 뜻을 전하는 모습이었다.
양영연 재인니한인회장은 환영사에서 “40여년 전 칼라만탄에 동포들이 이주하면서 시작된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역사를 설명하며 감개무량함을 밝혔으며, 또한 양국과 교민들을 위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 홍보위원 위촉식이 진행됐다. 한국 교민을 중심으로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고국방문추진단이 결성되어 있다는 말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감사를 표하며 우리 교민과 인도네시아 인사들로 구성된 홍보대사들에게 평창 올림픽 배지를 직접 달아주었다. 배지를 달아준 뒤에는 모든 참석자가 수호랑, 반다비와 함께 평창 홍보 타월을 들고 올림픽 성공을 위한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헤드테이블에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지도자들과 함께 청년 대표, 태권도 선수, 현지에서 봉사 중인 구호활동가 등이 참석해 우호증진의 의미를 더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아세안 지역은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관광지이고, 교역·투자 규모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인도네시아가 그 핵심국가”라고 전제하며 인도네시아와 우리의 교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간 경제교류 확대, 우리 교민에 대한 영사조력 확대, 교민 자녀 교육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과 서민행보, 소통 등에서 닮은 면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코위 대통령과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그런 기대가 크다” 고도 말했다.
해외순방 때 마다 교민들을 만나는 동포간담회가 있었지만 이번 동포간담회를 평창 올림픽 홍보와 문화공연으로 그 어느 때 보다도 화려하고 풍성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특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자카르타 어린이 합창단, 아버지 앙상블, 어머니 합창단으로 구성된 교민합창단의 공연에 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힘내라 맑은 물’ 이 공연될 때는 김정숙 여사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신 감탄과 찬사를 보냈다. ‘아름다운 나라’ 가 끝나자 공연단 쪽으로 급히 대통령이 다가갔다. 김정숙 여사에게도 함께 가자는 손짓을 하며 퇴장하려는 공연단 쪽으로 다가가 모든 단원들과 악수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다음 순서로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걸그룹 A.O.A의 공연이 이어졌다. A.O.A 멤버들은 히트곡인 ‘심쿵해’를 불렀는데 비록 멤버들이 직접 춤은 추지 않았지만 양 옆에 선 수호랑 반다비의 춤이 시선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포들의 따뜻한 환영과 공연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해외에 많이 나가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동포간담회는 처음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큰 힘을 주기 위해서 마음을 모아서 좋은 자리 마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들 좋은 말씀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에게도 마이크를 넘겼다.
김정숙 여사는 인사말에서 동포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현지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남편을 따라 외국에 가서 동포들을 만나면 어렵게 정착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설움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 갖게 됩니다. 또 동포들이 정착하기 위해 보듬어주는 그 곳 나라에 계신 분들도 감사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포사회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품을 내주고 보듬어주신 인니 국민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오늘 동포애를 나누셨는데 오늘은 동포간담회에 서로 가겠다고 명단 올려달라고 했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지금 정부에 바라는 마음이 나라다운 나라, 자랑스러운 조국 만드는데 저도 큰 힘을 쏟겠습니다. 마음에 숙제로 안고 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청와대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