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이 결국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 다음주 내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거란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다음주 월요일(20일) 오전 10시 전병헌 전 수석을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전 수석은 롯데 홈쇼핑이 사업 재승인 과정에서 대가성 후원금을 받고 문제점을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 4월30일 롯데홈쇼핑은 예상을 뒤엎고 사업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임직원 비리와 납품업체 불공정 등으로 탈락이 유력했지만 항목별 배점(1000점 만점)에서 672점을 받아 승인 최저점수 650점을 간신히 넘겼다.
지난 3일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이 재승인 심사 사업계획서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을 정도로 당시 심사는 ‘엉터리’였다.
전 수석은 심사 당시 19대 국회의원(서울 동작을)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재승인 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재승인 심사 이후인 2015년 7월, 한국e스포츠협회는 스타크래프트2를 종목으로 ‘롯데홈쇼핑배 2015 케스파컵 시즌2’를 개최했다. 협회는 “e스포츠 종목 활성화 및 아마추어 저변 확대를 위해 개최하는 대회”라고 소개했다. 대회 장소는 서울 강남구 소재 넥슨 아레나, 주관 방송사는 SPOTV GAMES다.
검찰은 이 같은 전후관계에서 롯데홈쇼핑의 대가성 로비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015년 롯데측이 홈쇼핑 채널 재승인 답례로 3억 원의 후원금을 한국e스포츠협회에 제공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미 롯데홈쇼핑 상품권 등 금품 일부가 전 수석의 보좌진에 흘러들어간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후원금이 전 수석의 개입 하에 성사된 것이 밝혀지며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 검찰은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가 전병헌 정무수석과의 독대로 3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전 수석이 한국e스포츠협회를 사유화 한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전 수석은 2013년 1월 현역 의원일 당시 처음 협회장에 취임했다. 2014년 11월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으로부터 겸직금지 통보를 받은 전 수석은 같은 해 12월 회장에서 물러났으나 명예회장직을 유지했다. 그리고 2016년 컷오프 후 협회장에 복직했다가 이듬해 5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에 임명돼 직을 내려놓았다.
이처럼 협회는 4년 10개월여 동안 협회장 자리를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해 남겨두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협회는 전 수석이 낙천 후 회장으로 복귀하자 정관을 고쳐 보수를 지급할 정도로 충성심을 드러냈다. 협회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전 수석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급여를 지급받았다. 1999년 12월 창립총회 후 협회장에게 급여가 지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수석이 현역 의원일 당시 의원실 비서와 인턴에게 월급을 지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조사 과정에서 조씨는 의원실 비서와 인턴 등을 협회 직원인양 위장해 급여를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사실상 협회 재산을 사유화한 셈이다.
협회의 ‘뚝심’은 전 수석이 비상근 명예직에 있을 때도 각별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협회 임직원들은 전 수석 공천 탈락 항의 집회에 동원됐다. 이 외에도 몇몇 행사장에서 전 수석의 의전을 협회가 도맡아하는 등 ‘비서’ 역할을 자처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