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을 의미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 움직임이 금융권에 퍼지고 있다. 유연근무제가 대표적인데 직무 만족은 물론 효율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지면서 앞 다퉈 도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복장도 출근도 내 마음대로
유연근무제는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우선 유동적인 출퇴근이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또 전산망을 쓰지 않는 직원은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전북은행은 육아 중인 직원을 배려하기 위해 3월 한 달간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췄다.
기업문화도 바뀌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대방을 부를 때 직급 대신 영어이름을 쓴다. 복장도 편안한 캐주얼을 택했다. 우리카드도 복장 자율화를 선언했다. 팀장급 이상은 매주 금요일, 이하 직급은 요일과 상관없이 개성에 맞게 옷을 입는다. 대구은행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No Tie) 근무를 시작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업무 분위기가 유연해지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계기가 됐다”며 “경직되고 수평적인 분위기를 없애자 장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연근무제, 아직 걸음마 단계
국내 유연근무제 도입은 시작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입 비율은 21.9%다. 앞서 유연근무제를 실시한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해 뒤쳐진다. 일본의 경우 일주일이나 1개월 단위로 일할 수 있는 ‘변형 근로시간제’ 활용 비율이 2012년 기준 51.3%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보수적인 잔재가 남아있어서 변화를 시도해도 안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노타이를 실천하려 해도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영업점은 ‘눈치껏’ 넥타이를 매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또 직급이 올라갈수록 본래 방식을 따르는 게 당연시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이나 업체를 만날 땐 타이를 매는 게 예의라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고충은 아니지만 문화가 이렇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