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지 못한 정책 전개가 다시 화를 불렀다. ‘소통 부재’ 꼬리표를 떼지 못한 교육부가 이번엔 10년간 고수하던 수시 확대 방침을 뒤엎고 일부 대학에 정시 비중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넣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이뤄진 차관의 일방적 독려에 대학들도 적지 않게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확대로 인한 폐해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개선할 것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를 외면하던 교육부가 느닷없이 방향 설정을 달리하자 “이중적 정책”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교육부가 설익은 정책 전개를 보였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절대평가 확대안을 밀어붙이다가 여론의 반발 앞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일부 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상대평가 병행안’과 ‘전 과목 절대평가안’을 내놓고 이 중 하나로 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검토도 끝난 마당에 절충안은 없다는 것이다. 양자택일을 재촉하는 당국의 행보에 교육현장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개편안은 1년 유예됐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충분한 소통 과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입시와 관련된 정책은 학생, 학부모에게 지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3년 예고제도 무용지물이 되도록 한 교육부는 또 논란의 중심에 서고야 말았다. 정부가 정책 추진을 공약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었더라도 현실에 적용하려면 감수해야 할 변수나 혼란 등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를 최소화하는 신중하고 치밀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최근 벌어진 혼란 속 정책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교육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앞으로 도입할 정책들 또한 여론 수렴 및 설득 과정 없이 성급하게 추진하면 현장에 뿌리내기 어렵다는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