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이 마무리됐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이 주어졌다.
정부는 21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 합의문 서명식을 열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설정됐다. 현행 검찰이 경찰에게 수사를 지시하는 ‘수직관계’에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권을 얻으며 ‘자율성’을 갖게 됐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 수사지휘가 불가능해졌다. 다만 부패범죄와 경제·금융범죄, 공직자 범죄 등 특수 사건에서는 검찰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남겨뒀다.
상호 견제 장치도 마련됐다. 경찰이 사건을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과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검찰이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사실로 확인될 시, 징계 요구도 가능하다.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에는 경찰이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중립적인 외부인사로 구성될 방침이다.
경찰의 자율성이 커진 만큼 책임도 커졌다. 정부는 합의문에서 수사권 조정과 동시에 경찰이 실천해야 할 점을 명시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옹호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경찰직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찰관이 경찰 직무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절차와 인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 방안도 주문됐다.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도 추진된다. 경찰은 오는 2019년 서울과 세종, 제주 등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전국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치경찰제는 현행 ‘국가경찰제’와 달리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아래 경찰권을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문에서 “이번 합의안은 완벽할 수 없다”며 “부족한 점은 국회와 국민의 지혜가 더해져 보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대등협력적 관계로 개선해 검·경에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게 하는 내용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다”며 “합의안의 근본취지만은 훼손되지 않고 입법을 통해 제도화되기를 소망한다”고 설명했다.
검·경 구성원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이 총리는 “검·경 각자의 입장에서 이 합의안에 대해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이견의 표출이 자칫 조직이기주의로 변질돼 모처럼 이뤄진 합의의 취지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법무부 업무보고 등을 통해 수사권 조정 의지를 피력, 합의 도출을 지시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검찰개혁위원회와 경찰개혁위원회 등이 11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이 총리도 타협 및 조정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