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자 매출이 올 들어 작년보다 1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화된 내수 부진에 지난해 호조를 보였던 수출마저 성장세가 꺾이면서 국내 고용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매출까지 곤두박질치자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IMF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소상공인 매출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자영업자 한 곳당 월평균 매출은 3372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월평균 3846만원에 비해 12.3% 급감했다.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소매업, 숙박업, 학원 등 7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국내 주요 카드 3사로부터 받은 가맹점 매출액 통계를 기반으로 현금 결제 비중을 반영해 전체 매출액을 추산했다. 이는 전국 350만 소상공인 가운데 80% 이상의 데이터를 반영한다. 소상공인은 직원 5명 미만인 서비스업이나 10명 미만의 제조업 등 영세 자영업자를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음·식료품, 가방·신발·액세서리, 화장품 등이 포함된 소매업 매출이 월 5761만원에서 3375만원으로 41.4% 급감하며 하락세가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 보면 모텔, 여관, 여인숙 등 소규모 숙박업이 작년 1분기(6588만원) 대비 반토막 수준인 3149만원에 그쳤다. 가전·명품 중고품 유통업도 40%가량 급감했다. 취미·체육 학원, 카메라·안경, 보습·입시 학원 업종도 각각 10% 이상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대구(-32.6%)와 서울(-28.6%), 세종(-20.5%)이 20% 이상 급락한 가운데 대전(-16%), 경기(-10.7%) 등 대도시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정유섭 의원은 “올해 들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기업 투자 감소 등 단기적인 악재까지 겹치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면서 “가계 부채가 빠르게 늘며 1500조원에 육박하면서 집집마다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7월부터 시행하는 근로시간 단축도 매출 악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들에게 긍정적이라고 말한 것과 달리 골목상권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