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졌던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의 세부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회 특활비 수억여원이 국회의원의 ‘쌈짓돈’으로 사용됐다는 분석이 나오며 논란이 예상된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국회 특활비 내역 분석 결과 공개 기자브리핑’을 진행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국정 수행 활동에 드는 경비를 말한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건당 지급돼야 하며, 영수증을 증빙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눈먼 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참여연대는 지난 2011년~2013년 국회 특활비 세부지출 내역 자료를 분석, 발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특활비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월급성 지급 경비는 전체 특활비의 절반 이상이었다. 국회는 교섭단체대표와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등에게 특활비를 제2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했다. 교섭단체대표에게는 매월 6000만원,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에게는 매월 600만원이 지급됐다. 특수활동 수행 여부와는 무관하게 미리 특활비를 지급, 알아서 쓰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직책을 가진 일부 국회의원의 통장에 매달 송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회는 기존 특활비에 더해 추가적인 특활비를 지급받았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원회(상임위)와 달리 ‘특별한’ 특활비 1000만원을 추가 지급받았다. 해당 금액은 법사위 간사 의원에게 매월 100만원, 법사위원에게 매월 50만원씩 건네졌다. 수석 전문위원에게도 매월 150만원씩 지급됐다.
국회 상설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와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위원장에게도 매월 600만원의 특활비가 전달됐다. 예결특위는 보통 예·결산 심의가 진행되는 시기에만 회의가 열린다. 윤리특위는 2011~2013년 각각 회의를 4~5번 진행했다. 사실상 활동이 거의 없었다. 이외에도 예결위원장은 총 78회에 걸쳐 추가적인 특활비를 지원받았다.
수령인이 불분명한 특활비도 있었다. 2011~2013년 동안 가장 많은 금액을 지급받은 수령인은 ‘농협은행(급여성경비)’이다. 3년간 각각 18억, 20억, 21억에 달하는 액수가 지급됐다. 전체 국회 특활비의 1/4에 달한다. 그러나 수령인이 누구인지, 어떤 명목으로 지출됐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의원들에게 특활비가 ‘아낌없이’ 중복 지급된 정황도 있다. 국회의장 해외순방 때는 거액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5차례에 걸쳐 28만9000달러(약 3억2300만원)를,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6차례에 걸쳐 25만8000달러(약 2억8900만원)를 지급받았다. 한 차례 순방때 마다 약 5~6만달러(약 5600만원~6700만원)를 지급받은 셈이다. 국회에는 ‘의원외교’를 위한 예산이 따로 책정돼 있다. 지난해에는 66억이 배정됐다. 다만 해당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영수증을 첨부해야 한다.
교섭단체에 지급되는 특활비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교섭단체정책비원비, 교섭단체활동비, 회기별 교섭단체활동비 등 동일한 명목의 특활비가 매월, 회기별로 중복 지급됐다.
특활비는 우수 의원연구단체에 대한 지원금으로도 쓰였다. 국회는 등록된 국회의원 연구단체에 특활비를 매년 600만원~800만원을 차등지급했다. 시상금도 지급됐다. 지난 2011년에는 국회경제정책포럼 등에 16개 단체에 500~1000만원을 차등지급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총 14개 단체에 총 1억원을 시상금으로 전달했다.
참여연대는 국회 특활비 전면 폐지 및 타 중앙정부기관의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이미 여러 지원금이 의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활비는 불필요하다”며 “특수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활동비를 지급 받아간 경우가 많았다. 월급성으로 받아간 의원들은 오늘이라도 당장 활동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회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서도 특활비 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감사원은 20개 중앙정부기관에서 특활비를 편성 목적에 맞게 집행되고 있는지 즉각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참여연대는 경찰청과 법무부, 대통령 비서실, 방위사업청, 국민권익원회 등 8개 단체에 특활비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5년 5월 국회에 2011~2013년 특활비 세부지출 내역에 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는 “의정활동이 위축돼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참여연대는 같은 해 6월 특활비 내역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 지난 5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특활비 자료를 참여연대에 전달했다.
이소연, 신민경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