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4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의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 공판에서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여겨지던 안 전 지사가 헌신적으로 일한 수행비서의 취약성을 이용, 중대범죄를 저질렀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와 함께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이수 명령과 신상공개 명령을 내려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지위를 이용,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막강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지녔고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불안정한 위치였다”며 “(김씨가) 을의 위치에 있는 점을 악용해 업무지시를 가장해 불러들이거나 업무상 같은 공간에 있으며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력으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너뜨리면 범죄다. 위력은 사회·정치·경제적 권세일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권력형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해자인 김씨가 직접 재판에 출석, 안 전 지사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김씨는 “지난 8개월간 범죄를 당했던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려야 했다”며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다. 피고인과 그를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들의 의도적인 거짓 진술에 괴로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자책도 후회도 원망도 했다. 밤에 한강에 가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면서 “내가 유일한 증거인데 사라지면 피고인이 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겠구나 생각했다. 꿋꿋하게 진실을 증명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길이라 생각해 생존하려 부단히 애썼다”고 이야기했다.
안 전 지사를 이성으로 생각한 적 없다는 언급도 있었다. 김씨는 “‘마누라 비서’라는 처음 듣는 별명까지 붙여 사건을 불륜을 몰아갔다. 나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며 “수행비서는 지사의 업무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역할이다. 나를 성실하다고 칭찬하던 동료들이 성실과 열의를 애정인 양 몰아갔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김씨는 “안 전 지사는 누구보다 자신의 권력을 잘 알았다”며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는 나만이 아니라 여럿 있다. 참고 숨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제일 앞줄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피고인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한 행동은 범죄다. 잘못된 것이고 처벌받아야 한다. 이제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마땅히 벌을 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성폭력 사실은 김씨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기습 추행은 없었고 간음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며 “김씨가 허위 진술을 하고 있고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그 자체로 위력이라거나 일상적으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절이 명확하지 않음에 따라 거절을 제압하기 위해 안 전 지사가 행사한 위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최후 진술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내 지위를 가지고 위력을 행사한 바 없다”며 “어떻게 지위를 갖고 한 사람의 인권을 빼앗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모든 분에게 미안하다. 고통을 겪는 고소인과 고소인을 지원하는 변호사, 여성단체분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도 언급됐다. 안 전 지사는 “제게 보내주신 사랑과 지지에 실망감을 드려 부끄럽다”면서 “진실을 진실대로 판단해 달라. 사회·도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다만 법적 책임을 잘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 충남도 정무비서인 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4월11일 안 전 지사를 불구속기소 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4일 열린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