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대한 재난 선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폭염 대책을 요구하는 글이 26건 게재됐다. ‘폭염재난 국가의 대책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한 청원자는 “일부 지역은 이미 40.2도까지 온도가 상승했다”면서 “국민들은 누진제로 인해 전기료가 두려워 더위를 참아가며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난문자 발송만 해놓고 아무런 대책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폭염에) 대처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폭염에 대한 재난 선포가 촉구됐다. 반(反)빈곤네트워크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10개 시민단체는 지난 27일 오전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관리하겠다고 한 만큼 주거 빈곤층들을 위한 폭염 재난지구 선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논의 마련’, ‘주거빈곤층의 폭염 관련 건강실태조사’ 등 구체적인 정부의 대응을 요청했다.
연일 최고기온이 37도 이상으로 치솟으며, 폭염으로 인한 환자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042명이다. 이중 사망자는 2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응급실 감시체계’를 통해 온열질환자의 수를 파악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최대치다.
폭염은 다음 달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같은 날 기상청은 “다음 달 1일까지 강한 일사와 동풍의 효과가 더해지면서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7도 이상 오르겠다”며 “폭염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북부·몽골 남쪽에 형성된 티베트고기압과 우리나라 부근의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점차 확장해나가면서 무더위가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에서도 폭염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긴급폭염대책본부’를 확대 가동 중이다. 폭염 피해 확산방지 등을 위해 과 단위에서 운영됐던 폭염 대응이 본부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와 함께 독거노인과 노숙인, 쪽방촌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철저한 관리도 약속됐다.
다만 관련법 개정은 요원하다. 현행법상 폭염은 재난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자연재난은 태풍과 홍수, 호우, 풍랑, 해일, 지진, 황사 등이다. 폭염이 재난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과 제도 정비 역시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2016년부터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토록 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