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하지 않은 유령 주식을 책임자의 승인없이 증권사 임의로 시장에 유통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 2의 삼성증권 배당사고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증권유관기관 등은 모범규준을 개정하는 작업을 이달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증권회사의 주식매매 내부 통제시스템 점검결과 주식 매매 관련 사고 예방을 위해 증권사와 유관기관의 내부 통제 및 사고대응 체계의 개선방안을 2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계기로 주식 매매 관련 사고의 예방을 위해 지난 5월 9일부터 지난 6월 1일까지 16일간 32개 증권사및 코스콤의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이번 현장점검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실시했다.
점검결과 일부 증권회사의 경우 고객이 주식을 실물입고할 경우 예탁결제원이 증권의 진위 여부 등을 최종 확인하기 이전에 매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입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책임자 승인 없이 담당자 입력만으로 처리할 수 있고, 전산시스템 상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하는 수량의 입고도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도 이에 해당한다.
또한 직접주문접속(DMA)을 통한 대량·고액 주식 매매 주문 시 금투협의 모범규준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협은 주문금액이 30억~60억원 또는 상장주식 수 1~3%의 경우 증권사가 경고 메시지를 내고 주문금액이 60억원 초과 또는 상장주식 수 3% 초과할 경우 주문이 보류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선을 위해 한국거래소는 증권사의 책임자 승인 절차를 추가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현재 블록딜(대량매매) 시스템의 경우 50억원 초과 주문 시 증권사 담당자가 입력하면 매매가 체결되지만, 앞으로는 책임자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착오 방지를 위한 장치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문화면에 가격과 수량 입력란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았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주문화면 상 수량·단가 입력란의 구분이 명확하게 되도록 시스템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부 증권사가 수작업이 필요한 세이프(SAFE)방식으로 증권사 간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주식 대체 입·출고 업무의 효율화와 사고예방을 위해 전 증권사가 자동으로 일처리가 이뤄지는 대외접속(CCF)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증권사에 요구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와 금투협은 블록딜 시스템을 개선하고 모범규준 등을 개정하는 작업을 이달부터 시작해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며, 금감원은 내년 1분기 전체 증권사를 상대로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결과를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 측은 “증권유관기관과 협력해 증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독려하고, 모범규준 등 관련 자율규제 규정 개정과 전산시스템 개선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