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의 하락 폭이 연초 대비 1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5.4%p 떨어졌다. 미국 금리 인하,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적인 요인과 제약·바이오 업계의 회계 감리 논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업 비용상승 등 내부적인 이유에서다.
더욱이 코스닥 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KRX300지수, 코스닥벤처펀드 등이 출범했지만 반년 간 가시적 성과를 낸 것이 없어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적인 상황이 해결되면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외적·내부적 요인으로 개인 거래대금 연초비 5.4%p 하락
코스닥시장은 개인투자자의 주요 활동 무대로 통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2017년 87.2%, 2016년 89.8%, 2015년 88.5%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매도+매수)은 123조6549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대금(151조5378억원)의 81.6%에 그쳤다. 이 비중은 지난 1월(87.0%)보다 5.4%p 떨어진 수치다.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 자체도 올해 초보다 줄었다. 지난 1월 331조7500억원이었던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은 지난달 123조6549억원으로 2.6배 감소했다. 올해 1월(14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지난달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5조6000억원)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지난 1월 말 913.57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말 775.52로 떨어졌다. 연초 대비 15% 정도 떨어진 셈이다. 업계는 올들어 코스닥이 이 떨어진 이유로 미·중 무역갈등, 제약·바이오 및 내수 서비스 관련 주 하락 등을 지목했다.
KB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종목들을 둘러싼 회계 감리 논란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업 비용상승 부담이 코스닥 부진의 영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시장(260조원)에서 건강관리업종(72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7.6%로 집계됐다. 이는 IT업종(35.6%)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또 김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중국 중간재 수출 영향이 크다”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어, 투자심리 개선을 위해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과 밀접한 IT(소프트웨어 제외), 화학, 기계 업종의 시총은 코스닥의 31%다. 한국의 중국 주요 수출 품목은 전자부품(40.7%), 석유화학제품(11.2%), 산업용 전자제품(10.3%), 광물성연료(9.0%), 정밀화학제품(7.0%), 기초산업기계(4.9%), 수송기계(2.5%) 순이다.
◆KRX300지수·코스닥벤처펀드 가시적 성과 부족
정부는 지난 1월 ▲3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상장 여건 대폭 완화 ▲코스닥 시장 자율성 강화 ▲코스피와 코스닥을 종합한 대표 통합지수 개발과 ETF 출시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 일환으로 KRX300지수, 코스닥벤처펀드 등이 출범했지만 반년 간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이 없는 실정이다.
출범 반년 째인 KRX300지수는 새로운 벤치마크 지수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코스닥 활성화 기여는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KRX300지수가 코스닥 보다 코스피 수익률 곡선과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KRX300은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통합해 시총 700위 이내, 거래대금 순위 85% 이내인 종목들 중에서 코스피 237종목과 코스닥 68종목 등으로 구성됐다. 코스피가 시총기준 91%, 코스닥이 9%를 차지하게 돼, 실제 코스닥으로 들어가는 연기금과 국가·지자체 등의 운용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는 출범 직후 3주 만에 판매액이 2조원을 돌파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지만, 코스닥 시장이 위축되면서 설정액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코스닥벤처펀드 상품(공모+사모)의 설정액(누적)은 2조9853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5% 늘었다. 지난 5월(2조7655억원)과 6월(2조9412억원)의 전월 말 대비 증가 폭이 각각 28.8%, 6.4%인 것을 감안하면 늘어난 폭이 크게 감소한 셈이다.
한국거래소 윤기준 코스닥시장 본부부장은 “최근들어 미국 금리 인상, 북미관계,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아시아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 가시적인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면 정책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