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선고 공판에 방청객 약 80여명이 몰렸다. 재판을 앞둔 방청객 사이에서는 “엄정한 처벌을 바란다”는 의견과 “권력형 성범죄는 아니다”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14일 오전 8시50분 서울서부지법은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선고 공판을 보기 위한 방청객들로 북적였다. 공판이 열리는 303호 법정 앞에서부터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날 법원 측이 허가한 방청 인원은 40명이었다. 대기인원이 40명을 훌쩍 넘자 줄서는 것을 포기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방청객이 자체적으로 만든 대기표는 이날 오전 7시30분 이미 40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이 열리기 3시간 전 이미 마감된 것이다.
안 전 지사의 1심 선고에 대한 방청객들의 의견은 갈렸다. 일부 방청객은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속 송민진(42·여)씨는 “검찰에서 내린 4년이라는 구형량도 낮다”며 “도지사라는 공직자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더욱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청을 위해 오전 7시부터 줄을 섰다는 강모(28·여)씨도 “이번 사건을 통해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향한 응원도 있었다. 지인들과 함께 방청을 왔다는 박영주(46·여)씨는 “피해자를 지지하기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을까 생각하다 참관하게 됐다”며 “재판과정에서 김씨에 대한 2차 피해가 다수 발생했던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안 전 지사의 무죄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 전 지사 선거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김미선(45·여)씨는 “김지은씨와 성관계는 부인할 수 없지만 권력형 성범죄는 아닐 것”이라며 “여론이 안 전 지사에게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가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안 전 지사의 지인이라고 밝힌 A씨는 재판 결과에 대해 묻자 “진실에 입각해 공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 충남도 정무비서인 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