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 수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라는 주장과 모호한 태도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세계 누구보다 더 큰 인내심을 갖고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좋은 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라면서 “전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지난 29일 “현시점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한국·일본과 군사훈련을 즉각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역대급 규모의 군사훈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 기질이 반영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자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구사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미국에 종전선언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북한 측에 ‘핵무기 리스트’ 제출이 먼저라며 선을 긋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이같은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모호한 태도로 인해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도 있다. 매티스 장관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발언에 청와대는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다른 국가에 피해를 줄 여지가 있다.
북·미 관계가 줄타기를 거듭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진행 여부도 안개 속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과의 추가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통해 북·미 정상 간 두 번째 만남이 조율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25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갑작스레 무산됐다. 회담 성사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예정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의식해 연내 정상회담 성사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