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겸손하고 꾸밈없는 화법이 지난 4·27정상회담에 이어 18일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18일 오후 백화원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가진 환담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세상 많은 나라를 돌아보시는데,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좀 초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얘기하며 “너무나도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 제대로 된 영접을 못 해서 늘 가슴에 걸렸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비록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최대 성의의 마음을 보인 숙소고 일정이고 하니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과 김 위원장 부부가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 활주로까지 영접을 나온 것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또 북한군 의장대(명예위병대)는 공항에서 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는 의장행사를 하며 최고의 예우를 갖췄고, 평양시민 10만여 명은 거리로 나와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을 환영했다.
문 대통령이 묵는 백화원영빈관은 북한을 찾는 국가 수반급 외빈 숙소로 사용되는 곳이다. 올해 초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과거보다 좋아진 상태다.
결국 김 위원장의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화법과 언행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조선중앙TV로 전국에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또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그의 겸손한 발언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즉흥적이면서도 꾸밈없는 화법 역시 재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백화원영빈관에서 문 대통령 내외에게 쉬라고 인사를 한 뒤 떠나면서 남북 취재진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나가죠 왜 여기까지 들어오오”라며 웃었다.
또한 “오후 3시부터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서 좀 좋은 성과를, 모두가 기대하는데”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격식을 따지기보다 손님을 초대한 집주인처럼 친근하게 문 대통령 부부를 맞는 모습이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4·27정상회담 때도 어렵게 평양냉면을 가져왔다고 설명하다가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돼갔구나”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눈길을 끈 바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