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백두산이 분단 이후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되어버렸다”며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
문재인 대통령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배경으로 두손을 맞잡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평양 사흘째인 20일 백두산 장군봉에 함께 등반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 백두산에서부터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은 우리의 기본 산줄기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구두를 신었다. 김 위원장은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코트를 입었다.
장군봉 정상에는 의자와 티테이블 배치되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향해 담소를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에서 사계절이 다 있습니다”라며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백두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 한 리설주 여사는 “7~8월이 제일 좋습니다. 만병초가 만발합니다”라고 말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만병초 대화를 듣고 있던 김정은 위원장은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이라며 백두산 자랑을 덧붙였다.
이어 리설주 여사는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라며 백두산에 얽힌 전설도 소개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땅을 통해 백두산을 오르겠다’는 소원을 오늘 이룬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제가 위원장께 지난 4.27 회담 때 말씀드렸는데요.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다. 지금도 많이 가고 있지만,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어요.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오게 되면 오늘 받은 환대를 답하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 부부는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양측 수행원들과 번갈아가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념사진을 찍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수행원들에게 “대통령님 모시고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말해 모두가 웃음 짓기도 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향도역으로 이동했다.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겁니다”라며 제주도 물이 담긴 생수병을 손에 들고 케이블카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천지에 도착해 생수병에 담긴 제주의 물 일부를 천지에 뿌리고, 천지 물을 담았다.
이번 백두산 동반 방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뒤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삼지연공항에서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 공군 1호기를 타고 귀환한다.
한편 이날 백두산 등반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안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우리측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LG 구광모 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도 등반에 동행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