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각을 위한 기각”…‘사법농단’ 진상규명 가능할까

檢 “기각을 위한 기각”…‘사법농단’ 진상규명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8-09-21 13:35:35

법원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유 전 연구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허 판사는 “검찰의 영장청구서 기재 피의사실 중 변호사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문건 등 삭제 경위에 관한 피의자 등의 진술을 종합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어떻게든 구속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영장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 자료라고 하면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해 왔다”면서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 된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진상규명이 가능한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이 연이어 기각됐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6년 현직 부장판사 뇌물 수수 사건의 확대를 막기 위해 일선 법원에 ‘영장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대부분 기각했다. 

실제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제외하면 사건 당시 최고위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모두 무산됐다. 임 전 차장의 ‘윗선’인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 일정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수사 대상인 법원이 영장 심사를 하고 있어 판결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도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등 전국 법학교수 137명은 지난 17일 대법원 앞에서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에 관여한 전·현직 대법관들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국회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관련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대법원은 재판거래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법관들은 재판거래라는 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정도다. 따라서 사법농단 진상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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