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수비수 김민재(22)의 중국행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민재의 중국 슈퍼리그 진출이 임박했다. 복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궈안이 제시한 이적료만 100억에 달한다. 연봉 또한 42억 원으로 천문학적이다.
에이전트에 따르면 김민재는 이미 결심을 굳혔다. 전북 구단의 최종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이적이 확실시 된 것은 아니지만 김민재의 결정을 놓고 벌써 원성이 자자하다. 그와 관련한 포털 사이트 기사에선 중국행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팬들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망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김민재는 축구팬 사이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로 통한다. 190cm 89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데다가 빠른 스피드 까지 보유해 유럽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겨졌다.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 군 문제도 해결해 유럽 무대 도전에 걸림돌이 될 것도 없었다. 선배 이재성을 따라 해외 진출을 타진할 것으로 기대됐다.
중국 슈퍼리그는 한국 선수들의 무덤으로 통한다. 막대한 금액을 좇아 중국행을 선택한 이들이 기량 하락을 겪거나 유럽 무대 진출이 좌절됐다.
슈퍼리그 내 아시아 쿼터가 선수들의 올가미가 되고 있다.
슈퍼리그는 자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최대 5명에서 4명으로 축소했다. 이에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최대 3명이 됐다.
여기에 아시아 쿼터까지 삭제하면서 아시아 선수들도 외국인 신분이 됐다. 기존엔 아시아 쿼터에 따라 팀당 보유할 수 있는 4명의 외국인 선수 중 아시아 국적 선수가 1명 이상 포함되면 1명의 외국인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홍정호와 장현수, 김영권 등이 아시아 쿼터 폐지의 피해자다.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높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장수 쑤닝으로 이적한 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아시아 쿼터 제도의 폐지로 팀 내 입지를 완전히 잃었다. 결국 올 1월 전북 현대로 임대 이적했다.
김영권은 탈리스카와 파울리뉴 그리고 알랑이 주로 경기에 나선 탓에 현재 실전 경기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팀이 높은 이적료를 책정해 유럽 진출도 쉽지 않다.
김민재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궈안의 경우 현재 브라질 출신 헤나투 아우그스토와 지난 1월 비야레알에서 거액에 들여온 세드릭 바캄부, 스페인 출신 공격수 조나탄 소리아노 등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팀 전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김민재가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중국의 한 매체는 궈안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해있는 전북의 전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김민재 영입을 타진한 것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전의 사례들, 그리고 궈안의 내부 사정을 미루어볼 때 김민재의 이적은 위험 부담이 크다. 혹 그가 슈퍼리그에서 성장이 정체된다면 이는 국가적 손해로도 이어진다. 차라리 헐값에라도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실험해보는 쪽이 김민재 본인에게도, 국가적으로도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민재에게 유럽으로의 맹목적 도전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가 제시받은 연봉은 세계 정상급 수비수들과 상응하는 금액이다. 유럽 무대 진출 가능성이 모호한 상황에서 거액의 오퍼를 뿌리치고 모험만을 고집하는 건 무모할 수 있다.
김민재가 생각하는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이 곧 연봉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를 만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이 ‘틀린’ 가치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민재의 또래 황희찬(22)은 지난달 24일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축구 선수로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유럽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많은 나의 동료들에게 유럽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말해준다”며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으며 이 곳에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황희찬의 도전은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그의 삶이 정답은 아니다. 김민재가 도전 대신 돈을 좇았다고 해서 그가 축구 선수로서 응원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김민재를 향한 격양된 비난 등은 거둘 필요가 있다.
김민재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여론에 위축돼 중국행을 포기할 여지도 있다. 방향이 어떠하든, 그가 한국 축구를 이끌 선수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 김민재 역시 그것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