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우리 군이 동해 중간수역에서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함정 레이더 가동 문제로 한일 양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국이 공격용 레이더를 여러 차례 겨냥했다면서 '의도적 행위'였다는 의심을 보내고 있는 반면 군 당국은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복수의 군 소식통은 23일 "(지난 20일) 동해에서 조난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선박 수색을 위한 매뉴얼대로 항해용레이더와 사격통제레이더를 풀가동하고 있었다"면서 "이후 일본 해상초계기가 우리 함정 쪽으로 접근해오자 광학카메라를 운용했다"고 밝혔다.
광개토대왕함은 독도에서 동북방 180여㎞ 떨어진 대화퇴어장 인근 한일 중간수역에서 조난한 북한 선박 수색작전 임무를 수행했다.
항해용레이더는 어선과 상선, 군함 등을 식별하는 데 이용된다. 사격통제레이더는 원거리에 있는 해상의 물체를 더 정확하게 식별하도록 도움을 준다. 해군 측에 따르면 당시 사격통제레이더는 대공용이 아닌 대함용 모드로 운용했다.
또 광개토대왕함은 빠르게 접근하는 일본 초계기를 식별하고자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켰다. 광학카메라는 추적레이더와 붙어 있어 카메라를 켜면 이 레이더도 함께 돌아간다.
군 소식통은 "스티어(추적레이더)가 함께 돌아갔지만, 초계기를 향해 빔은 방사하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일본 해상초계기를 위협한 행위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1일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하는 등 이를 문제 삼고 있다.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방위정무관(차관급)은 트위터에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로 용서하기 어렵다"며 "내 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우리나라를 비난했다.
23일 일부 일본 언론도 '한국 함정이 공격용 레이더로 자위대 초계기를 몇 분간 여러 차례나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0일 오후 3시께 노토(能登)반도 앞 동해상을 비행하던 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승조원이 레이더를 쏜 한국 광개토대왕함에 '화기 관제 레이더를 포착했는데, 어떤 의도냐'고 무선으로 물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해상자위대 초계기는 당시 동해의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비행 중 레이더 경보음이 기내에 울려서 방향을 돌렸지만, 그 이후에도 몇 분간에 레이더 조준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매체는 그러면서 "화기관제 레이더에서 '록온(무기 조준까지 한 상태)'하는 것은 무기 사용에 준하는 행위로 간주된다"며 "유사시 미군은 공격에 나섰을 것"이라는 자위대 관계자의 발언까지 전했다.
또 극우 성향인 산케이는 사설을 통해서 "마치 적성 국가의 소행 아니냐. 반일행위가 이 이상 계속되면 한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폈다.
한편 우리 해군이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구조한 북한 어선은 1t 미만의 목선으로 북한 주민 4~5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