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의 물 오른 발 끝 감각이 아시안컵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손흥민은 24일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6-2 대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이 기록한 6골 중 5골이 손흥민의 발끝에서 비롯됐다.
전반 27분 동점골을 쏘아 올린 데 이어 델레 알리의 역전골에도 관여한 손흥민은 후반전엔 팀의 5-2 리드를 이끄는 추가골을 기록했다. 더불어 해리 케인의 득점까지 어시스트했다.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수훈 선수)’는 손흥민의 차지였다. 현지 다수 언론도 9점 이상의 평점을 부여하며 그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초반 부침을 겪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10월 A매치 평가전까지 이어진 강행군에 체력적 부담이 심했던 까닭이다. 시즌 첫 득점 소식이 지난달 1일 웨스트햄과의 리그컵 4라운드(16강)에서야 나왔다.
하지만 체력을 회복하고 난 뒤엔 연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3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리그와 리그컵을 통틀어 12월에만 5골 2도움을 올렸다.
손흥민의 최근 활약에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금메달이 걸린 ‘아시안게임’이 중요 대회로 인식되곤 하지만 아시안컵은 월드컵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큰 규모의 국가 대항전이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 경험이 적다. 1956년 초대 우승과 1960년 국내에서 열린 2회 대회 우승 이후 정상을 차지한 적이 없다. 1992년부터 2007년까지는 결승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때문에 4년 전 보다 더욱 성장한 손흥민이 대표팀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차이를 만드는 선수”라 평가했을 만큼 손흥민이 대표팀 내에서 가지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손흥민의 활약 여부에 따라 59년 만의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경쟁국들도 손흥민을 경계 후보 1순위로 삼고 있다. 베트남 매체 ‘소하’는 “손흥민이 아시아 전역에 전쟁을 선포했다”며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팀들은 손흥민이 정말 걱정스럽다. 손흥민은 한국을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끌 준비가 됐다”고 언급했다.
지난 20일 중국 매체 시나닷컴도 한국과 중국이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맞붙는 것을 언급하며 “중국 대표팀이 어떻게 그를 막을 수 있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 내에선 손흥민의 적수를 찾기 힘들다. 손흥민을 막기 위해선 상대 국가로선 집중 수비가 불가피하다. 손흥민에게 수비가 집중되면 자연스레 대표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난다. 이번 대표팀에는 황의조와 같은 든든한 조력자도 존재해 ‘손흥민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묵은 숙원 풀기, 자존심 회복 등을 떠나 아시안컵 우승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아시안컵 우승국은 월드컵 직전 해에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을 얻는다. 각 대륙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축구 강국들과 평가전을 치를 기회가 생기는 셈. 월드컵을 앞두고 양질의 실전 경험을 치를 수 있단 점에서 매력적이다.
손흥민이 박지성도 하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결전지인 아랍에미리트에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