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었던 지난 6일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극적으로 아시안컵 대표팀에 발탁됐다.
신태용 전 감독과 김학범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두루 경험한 이승우는 벤투 감독 체제 하에선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됐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치른 3번의 A매치 평가전에서 한 차례 교체 투입 됐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냈다. 11월 A매치부터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결국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적은 출전 시간, 대표팀 내 경쟁력 부족 등을 거론하며 이승우의 명단 제외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포지션 경쟁자인 남태희, 나상호가 부상으로 인해 차례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면서 이승우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예비 명단에 포함된 문선민, 이진현을 제치고 극적으로 벤투호에 승선했다.
6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는 등 최근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벤투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6일 “이승우는 측면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다 맡을 수 있고 지난해 연말까지 경기를 소화하면서 경기 감각도 올라왔다”며 발탁 이유를 밝혔다.
이승우의 대표팀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팬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승우는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기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아시아축구연맹 16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결승전 연장 선제골을 넣는 등 승부처에서 4골을 기록하며 번뜩였다.
이승우 특유의 골 세리머니가 격전지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펼쳐질지도 관심이 크다.
이승우는 아시안게임 당시 독특한 골 세리머니를 펼쳐 주목 받았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득점한 뒤 도요타 광고판을 밟고 올라서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한 세리머니가 대표적인 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승우의 세리머니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승우는 당장 7일 열리는 필리핀전은 출전이 불가하더라도 이후 열릴 2차례의 예선전엔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가 문선민을 제치고 벤투호에 합류한 이유는 그가 상대의 밀집수비를 파훼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최종 명단에서 탈락한 문선민에 대해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풀어나가는 능력은 좋으나 공간을 내주지 않는 팀을 상대론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승우의 발재간과 탁월한 1대1 능력은 라인을 내리고 역습 위주의 전술을 펼치는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승우는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베트남의 밀집 수비를 뚫고 2골을 몰아친 바 있다.
이승우가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안컵에서도 대표팀의 '복덩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