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출시돼 ‘국민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던 캐주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가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인싸(인사이더,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PC방에 삼삼오오 모여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PC방 점유율 10위권 밖에 자리했던 카트라이더는 12월 들어 별안간 톱 10에 진입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2월 1일 기준으로 메이플스토리와 스타크래프트, 던전앤파이터를 제치고 7위(4.01%)까지 올라왔다. 리그오브레전드(lol, 36.02%), 배틀그라운드(14.31%) 등 상위권 게임과는 격차가 크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지표다.
동시접속자수에서도 확연한 상승 그래프를 보였다.
넥슨에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카트라이더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최고 동시접속자수가 259%, 유니크(한 번 이상 사이트에 접속한) 유저수가 173% 증가했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 리그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매주 토요일 서울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은 개막 첫 주차에 유튜브 VOD 조회 수 110만 회를 돌파했다. 문호준, 유영혁 등이 출전한 3주 차에는 500명이 넘는 관객이 넥슨 아레나를 방문하는 등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문호준은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원래 대기표를 안주는데 3주차는 달랐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서 카트리그 최초로 번호표를 줬다. 내가 3시40분에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번호표가 300표를 넘어섰다. 그렇게 선착순으로 사람들이 입장했다”며 최근의 열기를 설명했다.
▲ 유튜브 통한 10대 유저 유입… ‘대기업급’ 채널 탄생도 긍정적
그렇다면 카트라이더는 어떻게 제2의 부흥기를 맞게 된 것일까.
유튜브 채널, 스트리밍 방송을 통한 신규 유저 유입이 카트라이더 인기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스트리머들의 자체 콘텐츠가 10대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맵의 이곳저곳에 숨은 시청자들을 찾는 ‘술래잡기’를 비롯해 타인의 방해를 뚫고 완주를 해야 하는 ‘막자’, 이어달리기 등 다양한 2차 콘텐츠가 바로 그 예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저 달리는 게임’에 불과했던 카트라이더에 대한 딱딱한 인식을 허물었다. 자연스레 저연령층과의 거리감도 좁혔다.
생소한 게임에 어느덧 친근감을 느끼게 된 이들은 직접 카트라이더를 설치하고, 플레이하기까지 이르렀다. 3자를 통해서만 게임을 소비하던 객체가 직접 게임을 소비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유튜브 채널, 인터넷 방송을 통한 신규 유저 유입은 앞으로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프로게이머이자 스트리머인 문호준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일 기준으로 31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31일 구독자 20만 명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영상 당 평균 조회수가 구독자수를 웃도는 40만에 달하고 ‘카트라이더 30초 핵을 이겨버린 문호준’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208만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형독과 김택환 등 카트라이더 스트리머들의 유튜브 채널도 나란히 구독자 25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유튜브가 가진 영향력은 상당하다.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보다 유튜브를 통한 검색을 선호할 정도다.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채널은 금방 '핫 플레이스'가 된다. ‘대기업급’ 카트라이더 채널의 탄생은 지속적인 유저 유입을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 감탄 나오는 ‘혜자 이벤트’… 물 들어올 때 노 ‘잘’ 저은 운영진
운영진의 발 빠른 대응도 카트라이더 인기에 순풍을 불었다는 분석이다.
2016년 12월 이후 대규모 패치가 없었던 카트라이더는 2018년 7월 ‘도검’ 테마를 내놨고 한 달 뒤인 2018년 8월에는 X엔진을 출시했다. 2018년 12월 ‘GOD’ 테마까지 선보이는 등 다양한 업데이트를 통해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종의 진입장벽처럼 여겨지는 유저들의 과금 문제를 해소하려 애쓴 것이 주효했다. 과거 카트라이더는 ‘뽑기 시스템’을 이용한 지나친 과금 유도로 원성을 샀다.
하지만 최근엔 신규 유저들을 위한 다양한 카트바디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X엔진' 출시 이후 한 단계 낮은 성능의 '지우 엔진' 카트 바디를 이벤트로 지원하고 있고 레벨 업이나 이벤트를 통해 높은 등급의 카드바디를 제공하면서 유저간의 격차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더불어 고성능의 '로디퍼스트'를 하루 1회 사용할 수 있게 해 초보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또 PC방을 이용하는 유저들에겐 현재 카트라이더에서 최고의 카트로 손꼽히는 '이온X'를 비롯해 한정판 카트인 '아르테미스 9', '블랙비틀9' 등을 제공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카트라이더를 시작했다는 강민승(16)군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카트라이더를 한다”며 “문호준 유튜브를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간단하고 빨리 끝나서 즐기기가 좋다. 좋은 아이템도 공짜로 많이 뿌려서 좋다”고 말했다.
▲ 카트라이더,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과제는 있다. 인기 유지를 위해선 핵(해킹 프로그램), 서버 문제로 인한 튕김 현상 해결 뿐 아니라 기존 유저들과 신규 유저들의 매칭 분별력 강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트라이더에는 뉴커팅, 연타 드리프트 등 고급 기술이 존재한다. 듀토리얼이나 연습 모드에서 따로 배울 수 없는 기술이기에 초보자가 다루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다.
라이센스 제도가 사라진 카트라이더는 유저간의 매칭 기준이 불명확하다. 때문에 신규, 초보 유저가 일명 '고인물'을 만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실력 격차가 커 완주를 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지면 흥미는 떨어지게 된다. 고성능 카트바디 제공만으로는 이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행인 것은 운영진이 라이센스 제도 재도입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카트라이더 개발을 담당하는 넥슨 카트라이브유닛 조재윤 팀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카트라이더 쇼케이스에서 빠른 시일 내에 라이센스 제도를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겨울동안 많은 유저분들이 카트라이더를 사랑해주시면서 서버 불안정 등 애로사항이 발생한 바 있다”며 ”이에 서버 증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최대한 안정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용자에게는 그에 따른 운영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