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받아오던 어음이 한순간 부도 처리로 노동의 대가에서 빚으로 전락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어음 피해가 우려되는 데도 어떻게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일방적인 횡포를 자행할 수 있나”
르까프·K스위스·머렐 등 스포츠 브랜드 화승의 매니저인 김 모 씨는 “당장 13일까지 어음을 갚지 않을 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될 상황에 부닥쳤다”며 12일 이같이 토로했다.
토종 브랜드 르까프를 운영하는 화승이 산업은행과 KTB PE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매각된 지 3년만인 지난달 3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화승을 인수한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했으나 화승은 결국 자금 부족에 시달리며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문제는 화승이 급여 성격으로 지급한 막대한 어음이 휴짓조각이 되면서 600여 명의 화승 매니저들과 1200여 명의 직원들에 대한 2차 피해가 예고됐다는 점이다. 특히 오는 13일 이후 일부 매니저들은 어음 피해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될 위기에 처해있다.
화승 매니저 김 모 씨는 “화승과 계약한 모든 매니저는 판매대금을 어음으로 받는다, 이를 거부할 시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꾸준히 받아오던 어음은 한순간 부도 처리돼 채무변재를 독촉하는 독이되어 목을 조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모 씨는 “당장 13일까지 어음을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어 카드사용금지, 개인채무 일시상환 등 벼랑 끝으로 몰렸다”면서 “회사에서 제시한 방안은 개인대출로 전환하라는 완벽한 채무 떠넘기기 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화승은 매니저 면접시 어음 결제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등 어음결제를 강요하고, 강요된 어음결제는 법정관리로 1200명에게 지급될 급여와 매장운영비를 모두 매니저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다.
화승 매니저들이 더욱 울분을 토하는 부분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화승의 경영에 참여하면서도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매니저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법정관리가 신청됐다는 점이다.
김 모씨는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대규모 회사가 이렇게 일방적인 횡포를 자행했다“면에서 “회사는 회생절차 발표전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언질을 줘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직전에 모든 본사 직원들을 조기 퇴근 시킨 후 일방정인 통보 후 잠적해버리듯 악몽 같은 설 연휴를 보내게 했으면 최소한의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야 했을 텐데 그 또한 말도 안 되는 자기주장과 조건 없는 희생만을 바라는 악덕 기업에 환멸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 화승의 법정관리에 따른 2차 피해에 대해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은이 국책은행이지만 이번 화승 건은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이 지원된 만큼 사모펀드 ‘틀’ 안에서 모든 결정이 이루어진다”며 “현행법과 제도 안에서 산업은행이 화승의 법정관리로 피해를 보게 된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지원해줄 방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