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 받는 이강인(18‧발렌시아)은 최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렌시아와 정식 1군 계약을 맺으며 ‘꽃길’을 걸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도 잠시, 이후 5경기에서 연속으로 결장하며 시름에 빠졌다.
곤살로 게데스 등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복귀하며 입지가 좁아진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마르셀리노 발렌시아 감독이 이강인을 즉시 전력감으로 여기지 않아 고민이 깊다.
그는 최근 이강인의 출전 시간과 관련해 질문이 빗발치자 “이강인은 17세 선수다. 그가 지속해서 출전하기는 어렵다. 발렌시아는 이기길 원하고 난 팀을 위해 최고의 선수를 찾아야 한다”며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1군 경기에서 이강인의 모습을 당분간은 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1군 계약을 맺은 이강인은 원칙상 2군 경기에도 뛸 수 없다. 이강인 측이 구단에 임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여름까지는 꼼짝없이 벤치만 달궈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이강인의 A대표팀 발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벤투호는 기성용과 구자철 등의 은퇴 선언으로 세대교체를 준비 중이다. 지로나의 백승호와 함께 세대교체 주자 1순위로 앞 다퉈 거론되는 선수가 이강인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강인의 대표팀 발탁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팀 내 입지를 키워나가는 이강인을 배려해 대표팀 발탁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쏠렸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강인의 벤투호 승선 적기가 3월이라는 주장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대표팀과 이강인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팀으로선 이강인을 이른 시점부터 전력에 녹여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강인 역시 태극마크를 통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자신감 상승과 분위기 전환 등을 꾀할 수 있다.
실제로 이강인이 3월 벤투호에 승선할 가능성은 꽤 높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최근 스페인으로 건너가 이강인을 점검했다.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경기 후 이강인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메라리가(스페인) 1군에 데뷔했다는 것만으로도 이강인의 기량은 대표팀 선배 못지않다. 만 18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강인은 지난 국왕컵 등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맹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몸소 증명했다.
차범근 전 감독도 나이 어린 선수들을 뽑는 것에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줘서 그 선수가 잠재력을 터트리면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잘해서 대표팀에 뽑힌 것이 아니었다. 기본기가 부족했지만, 나의 장래성을 보고 대표팀에 뽑아줬다. 골을 넣고 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벤투호는 오는 3월 2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볼리비아,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 명단 발표는 당월 11일 쯤 발표될 예정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