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고등학생의 움직임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발렌시아)이 유로파리그 데뷔전에서 노련한 활약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이강인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열린 셀틱과의 ‘2018- 2019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31분 교체로 투입됐다.
1군 정식 계약 이후 6경기 만에 출전한 이강인은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주 포지션이 아니었지만 이강인은 짧은 시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부드러운 볼 터치와 탈압박, 기술적인 패스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팀이 1-0으로 앞선 33분 반대쪽 측면으로 롱패스를 전달하며 넓은 시야를 보여준 이강인은 이후 페널티박스 안쪽의 게데스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게데스와 가메이로의 호흡이 맞지 않아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후반 34분 역습 과정에서는 측면의 페란 토레스에게 전달되는 절묘한 땅볼 패스를 보였다.
35분에는 높이 뜬 공을 기술적인 트래핑으로 받아내 동료에게 연결하며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수차례 골문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38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강한 왼발 슈팅을 때렸지만 수비에 막혔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문전에서 결정적인 다이빙 헤더를 시도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경기 종료 후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은 “이강인이 다른 선수과의 경쟁을 이겨낸다면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어린 선수들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많은 기회를 얻기는 힘든 팀 상황이지만, 이번 경기와 같은 기량을 지속적으로 펼쳐준다면 주전 경쟁의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강인 측 역시 조급함을 버렸다. 일각에서 나온 임대요청 소문도 일축했다.
더불어 이번 활약으로 인해 이강인의 3월 대표팀 데뷔 가능성도 높아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22일 볼리비아, 26일에는 콜롬비아와 친선전을 펼친다.
벤투 감독은 최근 이강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강인은 탈압박, 기술적인 축구를 중요시하는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 선수다. 주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는 벤투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