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중견기업이 중소업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현금 지급이 의무화되고, 본사가 불공정행위 신고를 이유로 대리점에 보복하는 행위에 대해 3배의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또 가맹점주의 책임이 없는 경우 가맹계약 해지 시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특히 정부는 올해 자산 2조원에서 5조원 상당의 중견그룹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부당행위)에 대한 조사에도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 업무계획’을 발표를 통해 ‘내 삶속의 공정경제’ 구현을 선언했다. 이와 곤련 공정위는 ▲예측‧지속가능하게 흔들림 없는 개혁 추진 ▲국민이 체감하는 가시적 성과 도출 ▲부처간 유기적 협업을 통한 정책 시너지 제고 등의 추진 전략과 ‘갑을문제’, ‘기업집단’, ‘혁신생태계’, ‘소비자’, ‘공정경제 국정과제’ 등 5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업무계획에 담긴 공정경제 추진 전략과 과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꾸준히 추진해온 정책의 일환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 자리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혁신과 포용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범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공정경제 성과를 국민들이 직접 체감하도록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과제 발굴과 추진을 적극 당부했다.
◇갑과 을이 함께 성장하는 포용적 갑을(甲乙) 관계 구축
우선 공정위는 갑을문제 해결에 다야한 방안을 추진한다. 하도급대금 정당한 보상, 가맹점주 수익여건 안정과, 중소납품업체와 대리점주 부담 완화 등이 핵심 내용이다.
공정위는 우선 대‧중견기업들이 하도급대금 지급 시 어음 지급을 금지하고 원칙적으로 현금지급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다만 공사대금 지급보증 등 하도급대금 보호조치를 충실히 한 경우에는 의무를 면제할 방침이다. 또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원도급대금 채권 중 하도급대금 액수에 상당하는 채권에 대해서는 압류‧처분을 금지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도급업체의 비용분담과 관련한 불합리한 관행도 개선한다.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일방적으로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부당특약을 무효화하고, 하도급업체의 책임이 없는 공사기간 연장이나 납품기일 지연의 경우 하도급대금 증액의무 또는 증액요청권을 명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가맹사업 분야에서는 ‘창업-운영-폐업’ 등 가맹점의 생애주기 단계별로 가맹점주의 경영여건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보완한다. 창업의 경우 허위과장 정보 세부유형을 구체화하고, 운영 과정에서 광고나 판촉행사 사전동의도 의무화한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관련 법 개정과 고시를 개정하고, 표준계약서 보급업종을 기존 4개에서 11개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특히 가맹점주의 의사에 반하는 폐업이나 과도한 위약금 부과도 개선된다. 따라서 가맹점주의 책임없는 사유로 폐업 또는 가맹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본분의 위약금 부과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추진된다.
유통 분야에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을 제공받는 경우 인건비 부담을 의무화하고, 판촉행사나 매장인테리어 비용 전가행위를 중점 감시한다.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일명 ‘밀어내기’나 판매목표 강제 등 본사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고질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상시 감시체계를 가동한다. 특히 법 개정을 통해 본사가 불공정행위 신고 등을 이유로 대리점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경우 3배의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일감몰아주기에서 일감개방과 일감나누기로
이번 공정경제 추진 대책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다양한 제재 방안도 담겼다. 이와 관련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겠다. 자산 2조원에서 5조원 상당 중견그룹의 부당지원행위를 들여다볼 것이다. 많은 숫자는 아닐지라도 일정 정도는 조사해 일감이 개방되는 건전한 거래 관행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공정위는 작년 말 조사를 마친 부당 내부거래 사건은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올해는 식료품‧급식 등 국민생활 밀접 업종을 중점 감시한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제재가 일감개방 등 실질적인 거래관행 변화로 이어지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실시한다.
공정위는 시스템통합과 물류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실시해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에 대한 종합개선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율체계 개편과 관련한 입법성과 도출에 적극 나선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과 정보공유‧헙업을 강화한다. 따라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30일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심의와 통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반칙행위 엄정 대응…공정경제 국정과제 구현 뒷받침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또 다른 추진 전략에는 신산업생태계 구축과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가 포함됐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신산업 분야의 동태적 역동성은 살리되, 중소벤처 기업의 혁신의욕을 꺾는 시장 반칙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키로 했다.
우선 공정위는 신산업 분야의 동태적 역동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 인수합병(M&A) 심사는 동채적 효율성과 잠재적 경쟁제한효과를 면밀히 비교 형량해 실시하되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는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신속 심사한다. 또 대‧중견기업의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벤처지주회사 자산총액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비계열사 주식 취득제한(5% 미만 바유)도 폐지하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
중소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 부당사용이나 제3자 유출 등 기술유용 감시를 강화하고, 이러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범위를 현행 3배에서 10배 이내로 대폭 확대한다. 공정위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기술유용행위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기술‧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소비자 문제에 적극 대처한다.
우선 대량리콜 등 빈발하는 소비자 안전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전예방→신속대응→사후구제’ 프로세스를 본와한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안전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소비자안전 문제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강화한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한 소비자 피해 구제 강화와 관련해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약관이나 기준을 찾아 개선한다. 구체적으로 어학시험, 스포츠시즌권 분야 등에서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등의 불공정약관을 점검하고 시정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이사화물운송서비스의 운송‧포장‧보관 등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표준약관으로 제정하고 중도해지 분쟁이 많은 요가나 필라테스 등 생활스포츠 분야의 위약금 환급기준도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공정경제 추진 간사부처로서 국민이 ‘내 일터’, ‘내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공정경제의 실질적 성과 구현을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공정경제 구현의 제도적 뒷받침에 적극 나선다.
또한 범부처 공정경제 국정과제 중 이미 완료된 과제는 일선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점검해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민체감형 과제’를 부처 협엽으로 지속 발굴하고 추진해 국민들이 일터와 실생활에서 직접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상반기 중 이러한 국민 체감형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기존 과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들을 모든 부처가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공정경제와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간사부처의 역할을 하고 있어 더욱더 열심히 역량을 집중해서 부처 간 협업과 시너지 효과의 달성에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