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3월18~22일) 국회에서는 선거제와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을 두고 바른미래당의 당내 갈등이 불거졌다. 후반부에는 문재인 정부 2기 개각인사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드러나면서 야당의 공세가 격화됐다. 이를 반영하듯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0% 초반대로 떨어졌다.
선거제와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대해 유승민·이준석·하태경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추진 자체를 반대했다. 원내 제2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선거법을 변경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데에 바른미래당이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의원은 선거법 개정과 패스트트랙 지정 같은 중요 사안은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당론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론 채택을 위해서는 원내 의원 3분의 2 이상, 즉 당에서 활동하는 25명 의원 중 17인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면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 김동철·김성식 의원과 김관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계 의원들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소수 의견도 존중해 협상안에 반영하겠다면서도 당론 의결 절차가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의 당론 의결 대상은 ‘주요 정책’ 또는 ‘법안’(당헌·당규의 ‘당론’ 조항)이다. 선거제·개혁입법의 경우 당장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 패스트트랙 지정 단계이므로 당론 채택이 필수가 아니라는 것.
이밖에 개혁법안에 바른미래당 요구가 관철될 경우 지지하겠다는 입장, 다른 법안과 연계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 등 ‘조건부 찬성’ 입장이 있다.
이와 관련 김대진 조원씨앤아이(여론조사기관) 대표는 “여야5당의 합의를 먼저 깬 건 한국당인데 한국당이 없기 때문에 무효라고 하면 앞선 합의는 무슨 의미가 있겠나” 라면서 “바른미래당 내 갈등이 생길 때마다 두 계(바른정당·국민의당)로 나뉘어 내분이 생긴다면 당은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결과적으로 한국당에 돌아가 선거를 치를 것”이라면서 “공수처 안과 맞바꾸는 그림을 연출하면 보수통합에 걸림돌이 되므로 탈당하겠다는 강경모드로 돌아서게 된 것이고 그 책임은 김 원내대표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반부에는 오는 25일부터 사흘간 예정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한국당 등 야당이 사전 검증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으로 내정된 인사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진영 행정안전부·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7명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SNS를 통해 여러차례 논란성 발언을 언급한 바 있다.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해선 ‘통과의례’ 라고 표현해 빈축을 샀다. 최근에는 ‘다운계약서 작성’ 여부도 의심받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수천만원 세금을 ‘지각납부’했다는 의혹과 박 후보자의 장남 이모씨의 이중국적과 병역 연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들에게 ‘꼼수증여’를 했다는 의혹과 ‘박사논문 표절’ ‘증여세 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후원금 부당 공제’ 의혹,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 조모씨에 대한 ‘부당 채용 압력’ 의혹,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한 달 동안 세 번 연달아 '위장전입' 한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다.
이에 박영선·진영·최정호·박양우 등 후보자 측은 각 부처 대변인을 통해 의혹을 부인 또는 축소했다. 청와대는 “사전에 체크된 내용”이라며 “청문회에서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 7대 원칙(▲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관련 범죄)을 언급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인사 배제 기준이 아닌 합격 기준이 아니냐며 청문회에서 진위여부를 철저히 가려내겠다고 했다.
김대진 대표는 “대통령중심제에서 장관임명은 대통령 권한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여야는 이를 검증하고, 국민들은 정권 만족도를 통해 심판을 하거나 더 힘을 실어주면 된다”고 했다.
다만 “이번 개각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인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문재인 정부의 의제를 착실히 밀어붙일 인사도 아니다. 과거보다 도덕적 흠결이 없는 것도 아니”라면서 “앞선 북미·남북 회담 무산 이후 낮아진 국정지지율을 끌어올릴 만한 개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한국당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본다”면서 “유지될 지는 더 지켜볼 일”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3월3주차 쿠키뉴스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주전보다 6.5%p 떨어진 44.9%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39.0%, 한국당 지지율은 30.1%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