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와 삼성의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23일, NC의 신축 야구장이 문을 열었다.
메이저리그급 구장이라는 일각의 평가는 과장이 아니었다. 넓고 탁 트인 전경,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그라운드와의 거리까지. 그야말로 야구팬들을 위한 최고의 야구 공간이었다. 야구장을 찾은 이들은 입을 모아 “최고의 구장”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 속, 차마 꺼내기 부끄러운 속사정도 있었다.
당초 이날 경기 시구자로 예정돼 있던 허성무 창원시장은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지역 원로 야구인인 김성길(93)씨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창원시는 “개막전 시구에 의미를 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 나온 풀이는 다르다.
허 시장이 최근 불거진 '야구장 명칭 논란'을 의식해 자리를 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야구장 명칭을 놓고 창원시와 NC 구단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되자 창원시의 수장인 허 시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일부 팬들은 허 시장의 시구 때 ‘야유 퍼포먼스’까지 계획했다.
이들은 “창원NC파크는 구장명칭권을 가진 NC와 명칭선정위원회가 함께 전한 이름”이라며 “그러나 일부 시의원이 지역 유지들과 결탁해 마산야구센터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라는 기형적인 이름을 고집해 우스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창원시민과 야구팬들은 시민청원 등을 통해 창원NC파크를 되찾으려 하고 있지만 창원시장과 시의원들은 귀를 막고 있다”며 비판했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 시장의 지시 아래 출범한 새 야구장 명칭 선정위원회는 야구장 이름을 ‘창원NC파크’로 낙점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구 의원과 마산야구장명칭사수대책위원회가 야구장 명칭에 반드시 ‘마산’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올해 초 창원시 시의회에서 ‘창원NC파크 마산구장’으로 명칭이 수정된 조례가 통과됐다.
하지만 NC측 생각은 달랐다. 구장 명칭 사용권을 구단이 보유하고 있다며 KBO에 구장 명칭을 ‘창원NC파크’로 요청했다. KBO 홈페이지나 문자 중계 등에 표시하는 구장 이름, 언론사 기사나 방송사 중계에 들어가는 구장 이름 등을 ‘창원NC파크’로 통일해 달라는 것이다.
개막전 당일까지도 갈등은 봉합되지 못했다.
도로 표지판, 버스 정류소 안내 메시지 등은 신축 야구장을 ‘창원NC파크 마산구장’으로 지칭한 반면 야구장 각 출입문과 시설물들은 일제히 ‘창원NC파크’를 이름으로 새겼다.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이러한 ‘명칭 이원화’가 오래도록 고착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야구장을 찾은 NC팬들은 ‘명칭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은 “(야구장을)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면서도 “야구장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야구가 야구로만 존재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창원 성산구에 거주 중인 정 모(25)씨는 “누구나 각자의 생각이 있다. 창원이고, 마산이고는 중요치 않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구장이 정치 소재로 사용되는 게 안타깝다. 더 이상 불미스러운 잡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산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주 모(39)씨는 “(명칭 논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 쪽에서 뭐라고 부르라고 하든 상관없다. 개인적으로 야구장의 이름은 팬들이 붙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팬들이 부르는 것이 곧 야구장 이름이다. 나는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창원NC파크, 나는 그렇게 부를 것”이라며 응원기를 집어든 그는 마지막으로 기자를 향해 말했다.
“NC가 올해는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게 내 바람이다.”
창원ㅣ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