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섬세한 경이’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웅장함과 우아함을 함께 가진 이 성당은 12세기 고딕 건축의 정수로 꼽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의 상징이자 프랑스인들의 영원한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빅토르 위고는 대성당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의 운명을 그린 대작 ‘노트르담의 꼽추’를 발표했고 이곳에서는 실제로 나폴레옹의 대관식, 프랑수아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프랑스 역사가 쓰였습니다. 인류의 주요 문화유산, 세계인의 사랑을 받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15일(현지시간) 불탔습니다.
불길이 솟구쳐 오른 곳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부근이었습니다.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불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습니다. 소방대는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잔불 정리를 했고 결국 대성당 첨탑과 지붕의 3분의 2가 소실됐습니다. 방화보다는 실화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인들은 좌절했습니다. 간절한 기도를 올렸지만, 발만 굴러야 하는 상황은 계속됐습니다. 충격받은 이들의 무거운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첨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파리 시민들은 참담함에 눈물 흘렸습니다. 안타까움은 전 세계인의 공통 감정이었을 겁니다. 특히나 화마를 지켜본 한국인의 심정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고요. 11년 전 우리가 겪은 비극도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2월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탔습니다. 방화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퍼져 2층 누각을 무너뜨리고 지붕을 집어삼켰습니다.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화염에 휩싸인 숭례문을 바라보는 일뿐이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말입니다. 숭례문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의 의미는 단순히 건축물 소실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상징, 시간과 역사, 정신의 일부가 재로 변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인류의 유산을 화재로 허망하게 잃었습니다. 상실감에 슬픔을 느낍니다. 허탈과 실의를 감출 수 없습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