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호가 SK 구단과 가족의 기대를 모두 저버렸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24일 “22일 새벽 2시경 경기도 광명시 광명 IC부근에서 강승호가 음주운전 중 도로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 정지 수준인 0.089%가 나왔다”고 밝혔다.
SK에 따르면 강승호는 1군에 합류한 24일까지 이를 은폐했다. 하지만 제보를 입수한 언론사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연락했고, 구단의 추궁에 뒤늦게 음주운전 사실을 고백했다.
보도 된 영상에 따르면 강승호가 운전한 승용차는 광명 IC부근 도로에서 속도를 갑자기 높이더니 도로 분리대를 강하게 들이 받았다. 차량은 5m 정도를 더 간 뒤에서야 멈춰 섰다.
통행 중인 차량이 있었다면 치명적인 연쇄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강승호의 이번 행보에 실망보다는 분노가 앞선다.
‘윤창호법’ 제정 등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깊은 요즘이다. 당장 야구계도 음주운전이라면 넌덜머리를 낸다.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음주운전을 범해 은퇴 기로에 섰었고, 가깝게는 지난 2월 LG 윤대영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임의탈퇴 조치됐다.
LG 시절 정성훈, 정찬헌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던 걸 지켜본 강승호다. 심지어 그는 SK 구단으로부터 이달 음주운전 관련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후배들의 지난 사례, 구단 교육을 접하고도 음주운전을 행한 사실은 용납하기 힘들다.
LG에서 유망주에 불과하던 강승호는 지난해 8월 SK로 트레이드 돼 꽃을 피웠다.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하며 팀 우승 주역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도 염경엽 감독의 총애를 받아 주축 선수로 분류됐지만,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며 믿음을 배신했다. 그간 야구계 사건‧사고에 연루되지 않아 ‘청정 구단’ 이미지를 갖고 있던 SK 구단의 간판에도 먹칠을 했다.
뿐만 아니다.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지원하던 가족들의 믿음도 저버렸다.
강승호는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가족들이 인천으로 이사 온 것을 밝히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답은커녕 가족의 가슴에 대못만 박았다.
KBO는 25일 상벌위를 열고 강승호에게 90경기 출장 정지,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 징계를 내렸다. 여기에 SK 구단도 임의탈퇴라는 철퇴를 내렸다. 임의탈퇴의 경우 구단의 허가 없이는 프로 선수로 복귀할 수 없다. 사실상 리그 퇴출이다. SK는 구단은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강승호에 대해 구단 차원의 최고 징계 수위인 임의탈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은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망쳐버릴 수 있는 중범죄다. 어떤 처벌이 내려지더라도 가혹하지 않다. 무책임하게 운전대를 잡았던 강승호 본인이 감내해야 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