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에 묻혔던 동학농민혁명이 125주년을 맞아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황토현전승일인 5월 11일로 제정돼 첫 국가기념일 공식행사도 열려 역사적 의미도 남다르다. 여기에 최근 한 TV드라마 ‘녹두꽃’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공부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이형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65)을 찾아 동학혁명의 역사적 의미와 과제 등을 들어봤다.
이형규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드라마로 보는 ‘녹두꽃’도 감동적인데 프랑스시민혁명과 결을 같이 하는 동학동민혁명을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과 같은 뮤지컬로 제작하면 ‘명성황후’에 버금갈 히트를 기록할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쳤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프랑스혁명을 이끈 이름 없는 시민들을 무대로 끌어내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것처럼 동학농민혁명을 둘러싼 민초들의 가슴 저미는 이야기도 무대에 올리면 세계무대를 흔들 웅장한 대서사시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이 이사장은 프랑스시민혁명이 서구 유럽에 민주혁명을 이뤄낸 것처럼 동학농민혁명은 구한말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자유와 평등, 민권을 기치로 내세운 시민혁명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제정된 후 공식행사를 치른 첫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에 취임해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역사적 무게를 느끼고, 다시금 근현대사를 배우고 동학혁명 관련 역사적 사료를 들춰보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습니다.”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전주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형규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4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에 임명, 앞으로 3년간 재단을 이끌게 된다.
특히 그는 지난 2003년 전북도 행정부지사로 일하면서 동학농민혁명 최초 승전지인 황토현전적지(국가사적 제295호)에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조성하는 성과를 이끌어내 동학농민혁명과도 깊은 연이 닿아 있다.
이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외연을 확장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동시에 혁명에 참여해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혁명군과 유족 등록 확대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심의위원회 평가를 통해 확정된 참여자는 3천644명, 유족은 1만 527명이 등록됐다.
이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가장 큰 책무는 참여자 기록 발굴과 유족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라며 “동학혁명의 역사적 재평가와 역사의 뒤안길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참여자들의 명예 회복에 중점을 두고 일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한 이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에 따른 후속 과제로 정읍 황토현에 들어서는 기념공원 조성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관련 기록물을 모아 유네스코 세계기록물 등재 추진에 주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문체부 산하 공식기구로 출범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을 중심으로 전북과 전남, 충남, 충북의 혁명 유적지를 통합 지원 관리하고, 현실에 역사적 의미를 오롯이 되살리겠다는 구상도 설명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제정을 둘러싸고 전북 지자체간 이견으로 오랜 진통 끝에 정읍 황토현 전승일로 확정됐지만, 지역에 따라 반발 여론도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에 따른 정읍과 고창, 부안, 김제, 전주 등 동학혁명 관련 사료 연구와 기념행사 연계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첫해인 올해 5월 11일 광화문에서 열린 정부 공식 기념행사 외에도 전북 정읍과 전남 장흥, 충북 청주 등지에서 행사가 따로 열려 지역을 뛰어넘어 하나 된 기념행사를 위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또“동학농민혁명의 하이라이트로 전주성 무혈입성과 전주화약을 손에 꼽는 견해가 많은데. 가슴 아픈 패배의 역사인 우금치전투와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장군의 비극적 최후도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혁명사”라고 강조했다.
“동학농민혁명 진압을 명분으로 병력을 파견한 청·일의 국토침탈에 맞서 한양으로 진격하던 중 일방적 학살에 가까운 우금치전투 패배로 종국에 몰린 동학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도 충청지역과 연계한 동학혁명 연구와 공동 행사가 추진해 나갈 것 입니다.”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지금은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에 임명된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생각이다.
“구한말 내부적으로 외세의 침탈에 무너져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떨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과 전북의 미래 터전이 될 새만금이 시대를 뛰어 넘어 겹쳐 보입니다. 새만금 개발에 동학농민혁명 역사와 정신을 녹여내는 것도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 이사장은 “전세계 젊은이들이 2023년 세계잼버리를 위해 새만금을 찾게 된다”며 “세계잼버리가 열리는 해 세계인들과 함께 시민혁명의 역사,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적지를 찾는 역사탐방도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지난 2004년 제정된‘동학농민혁명참여자등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와 (재)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업무를 승계해 2010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산하 특수법인으로 출범했다.
기념재단은 국가기념일 제정, 참여자 조사 및 유족등록, 기념공원 조성,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물 등재 등을 추진해왔다.
이와 함께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국민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방송 드라마 ‘녹두꽃’ 제작과 전봉준 장군이 순국한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녹두장군 전봉준 동상 건립’ 등을 지원해왔다.
▲ 이형규 이사장이 걸어온 길
이형규 이사장은 전북 진안 출신으로 전주 해성고를 졸업,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시라큐스대에서 경제학·행정학 석사, 성균관대서 정책학 박사를 했다. 전북도 정무부지사·행정부지사,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총괄조정관 등을 지냈다.
전주=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