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허리를 움직이고 구부리는데 사용되는 관절 또는 인대에 염증이 생기는 척추 관절 질환이 있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인데요.
염증이 생긴 이후엔 척추 마디가 점차 굳기 시작합니다.
진행이 될수록 관절을 움직이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통증도 만만치 않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그 증상이 허리뿐만 아니라 엉덩이, 발꿈치, 가슴뼈 등 전신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40세 이하 젊은 남성에게서 발병 빈도가 높은 이 질환은 젊다고 무심코 방치해선 안 됩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평생에 걸쳐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치료를 통해 척추가 대나무처럼 뻣뻣해지는 강직 현상을 최대한 막는 게 중요합니다.
<리포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강직성 척추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만 천칠백여 명.
2015년에 비해 3천 명 가량 늘었습니다.
이 질환은 보통 20~40대 젊은 층에서 나타나지만, 시기를 놓쳐 중년 이후에나 진단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남성 환자가 여성의 3배에 달하는데요.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다만 유전적 요인 등이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상원 교수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HLA-B27’이라고 하는 유전자가 있거든요. 이 유전자가 있으면 면역 반응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래는 건강해야 될 면역이 오히려 건강하지 못하게 되면서 내 몸을 공격하는 상황으로 변하게 되고요. 외부 요인으로는 감염 같은 것들이 제일 대표적인데, 장염이나 또는 비뇨기계 감염이 생기게 되면 반응적으로 관절염이 생기는데, 이때 척추를 침범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외에도 유전적인 병 또는 환경적인 것 외에도 건선이라고 하는 피부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에서도 척추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에 걸리면 엉덩이 쪽 관절인 천장관절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이 부위가 아프고 척추가 뻣뻣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로 자고 일어난 뒤 아침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가만히 쉴 때보다는 활동을 할 때 나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증상은 대개 3개월 이상 반복적으로 지속되며, 서서히 악화됩니다.
방치하면 갈비뼈와 척추가 연결된 관절까지 염증이 발생해 호흡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상원 교수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보시는 맨 좌측에 있는 사진이 정상적인 척추의 모양들입니다. 척추에 마디가 있으면 공간이 이렇게 형성돼 있는데, 강직성 척추염이 진행이 되면 될수록 위아래가 이렇게 붙어서 마치 대나무처럼 연결이 되고요. 이러한 상황이 되면 척추를 움직이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됩니다. 시간이 더 지나게 되면 척추의 측면까지도 전체가 다 하나의 통으로 붙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요.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술적 치료도 병의 경과를 좋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모양이 대나무 같다고 해서 ‘대나무 척추’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류마티스 관절염이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에서 시작된다면, 강직성 척추염은 골반과 엉치뼈, 엉덩이뼈가 만나는 부위인 천장관절에서 시작됩니다.
걸음을 책임지는 천장관절을 거쳐 허리뼈, 목뼈, 가슴뼈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관절 및 조직 순으로 병이 커지는 것이죠.
척추염은 자가면역성 질환이라 척추나 관절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피부, 심장 또는 폐 같은 주요 장기를 침범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기 검사 등을 통한 추적 관찰도 필요합니다.
전문의들은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 뒤쪽 통증이 계속되고, 발뒤꿈치가 찌릿한 족저근막염 등이 동반된다면 진료를 미뤄선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받게 되는 검사로는 천장관절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과 함께 유전자 검사, 피 검사 등이 있습니다.
치료에 들어가게 되면 약물 투여, 운동요법 등이 병행될 수 있습니다.
<리포트>
외부 충격이나 노화에 따른 척추 질환이라면 시술이나 수술이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강직성 척추염의 경우 면역 체계 이상으로 인한 염증을 잡아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약물을 이용한 대처가 중요합니다.
이상원 교수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약물 치료의 기본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입니다. 염증을 가라앉혀 통증도 함께 좋아지게 하고 가장 궁극적으로 병이 진행해서 척추가 굳어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면역억제제를 같이 사용하는데, 이 면역억제제를 특별히 항류마티스 약물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약물들을 함께 복용하면서 지켜보다가 만약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또는 증상은 좋아졌는데 엑스레이 상에서 척추가 더 강직이 생기는 즉, 굳어가는 병이 진행된다면 이때는 주사적 치료를 하게 됩니다.”
경구 복용 약을 먹어도 호전이 없을 경우 시행하는 주사 치료.
주사 치료를 통해 유전자만큼 강직성 척추염의 발병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염증 물질인 종양괴사인자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치료를 하더라도 병이 있기 전 건강했던 면역 상태로 되돌리긴 어렵습니다.
치료의 목적은 ‘관해’ 즉, 병은 있지만 양호한 면역 상태에 도달하고, 이를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이상원 교수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약물 치료 기간은 평균 어느 정도인가요?)
“정해진 건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치료의 목적이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증상을 좋게 하는 것, 두 번째는 질환의 진행을 막는 것이죠. 그런데 이 질환은 조금만 틈을 보여도 계속 진행하려 합니다. 그래서 기간을 설정하기보다는 증상과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약물을 잠시 중단할 때도 있고요. 아니면 환자를 설득해 지속적인 치료를 유지할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마다 약물의 투여 기간은 다르다고 보셔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년간 약을 먹을 수도 있는 거네요?)
맞습니다. 어떤 분들은 10년 이상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계속 관찰을 해야 하는 질환이군요.)
맞습니다.
자세 교정이나 운동도 병행해야 합니다.
관절이 굳는 병이라 스트레칭, 요가, 수영, 자전거타기 등 관절 범위를 넓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달리기 등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운동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더불어 흡연은 관절의 강직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요.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 있어 금연은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원칙으로 꼽힙니다.
<스튜디오>
추간판탈출증, 협착증처럼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들이 있다 보니 강직성 척추염 진단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실제 한 조사에서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이 병을 정확하게 진단 받기까지 약 40개월이 소요된다는 결과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강직성 척추염은 한때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기도 했죠.
그러나 최근 약제와 치료법은 물론 영상진단 기법 등이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선 조기 발견 사례가 늘었고요.
또 척추 강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치료만 받으면 충분히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다만 근본적인 치료 없이 통증 치료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땐 장애가 남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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