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명인·명창의 등용문 ‘전주대사습놀이’가 올해로 45회를 맞아 반세기에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우리시대 최고 명창을 가려내는 전주대사습놀이의 찬란한 역사의 뿌리를 찾아 역대 대사습놀이 장원을 차지한 명인·명창이 함께 꾸미는 개막공연으로 한바탕 흥겨운 무대와 열띤 경연에 기대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송재영 이사장(59)을 만나 45회를 맞은 대사습놀이의 역사적 의미와 오늘의 가치, 내일의 구상 등을 들어봤다.
전북도립국악원에 자리한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사무실에서 만난 송재영 이사장은 첫인상부터 예인(藝人)의 풍모를 짙게 풍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이기에 앞서, 지난 2003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명창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소리꾼이기도 하다.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에 올라 명창이란 명예로운 이름도 얻고, 이젠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까지 맡았으니 책임감도 무겁고 그만큼 애정도 깊을 수밖에요.”
송재영 이사장은 전주대사습놀이의 역사적 의미는 전통의 복원과 더불어 전국 최고 권위의 국악 명창 등용문으로 자리를 굳히기까지 예향 전북인의 넉넉한 가슴과 전통 풍류를 아끼는 마음이 더해져 오늘의 명성을 갖게 됐다고 단언한다.
그는 또 전북이 달리 판소리의 본향이 아니라, 전북인의 삶의 애환과 굴곡진 인생사를 한바탕 소리와 가락으로 풀어낸 명인·명창들의 무대를 오롯이 즐길 줄 알았던 전북인의 풍류와 예술적 심미안이 판소리 부흥을 이끌었고, 전주대사습놀이의 성공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송 이사장은 전주대사습놀이 조직위원장도 맡아 전국대회 경연, 학생전국대회 경연, 다채로운 기획공연 등 행사를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무대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끌게 된다.
“올해 전국대회의 슬로건은 ‘장원, 그 찬란한 역사의 시작’으로, 전주대사습놀이의 과거를 조명하고 최고 권위의 명성을 떨치는 오늘을 돌아보고 세계로 떨쳐나갈 미래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담았습니다.”
올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오는 6월 7일부터 9일까지 전주한옥마을 일원에서 판소리명창과 판소리일반, 기악, 가야금병창, 민요, 무용, 궁도, 시조, 무용신인, 민요시인, 판소리신인, 고법신인 등 13개 분야 예선이 치러진다.
본선은 10일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심사위원단과 청중평가단의 심사로 최고 실력을 국악인을 뽑게 된다.
또한 장차 국악계를 호령할 국악꿈나무를 키우는 토대가 될 학생전국대회도 판소리, 농악, 관악, 현악, 무용, 민요, 가야금병창, 시조, 판소리초등부 등 9개 분야 예선과 본선이 펼쳐진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지난 2016년 심사 비리와 이사회 갈등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2017년 행사가 5월에서 9월로 연기되고 판소리 명창부 장원에 주어지는 ‘대통령상’도 박탈된 채 치러지는 아픔도 있었다.
이에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를 중심으로 ‘절치부심’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담보에 힘써 지난해 다시 대통령상의 영예를 되찾았다.
송 이사장은 “전국 최고 실력의 국악인을 뽑는 경선이 주무대가 되는 만큼, 무엇보다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2배수를 추천하고, 다시 심사위원 선정위원회를 거쳐 심사위원을 선정해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투명하고 정당한 심사위원 구성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예선과 본선 심사위원도 달리 구성해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중 안전장치를 갖추고, 심사위원과 출연자가 친인척이나 사제관계로 엮이는 일이 없도록 직접스승과 8촌 이내 친인척은 심사위원에서 배제된다.
국악계 최고 권위의 전주대사습놀이 명성에 걸맞게 판소리명창부 참가자격도 판소리 다섯바탕 중 한바탕 이상 완창 가능한 이에서, 한바탕 이상 완창 무대를 가진 이들로 강화했다.
또한 올해 전국대회는 무용신인부, 민요신인부, 고법신인부 등을 신설해 국악계 신인 스타탄생과 더불어 국악 동호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올해로 5년째 이어진 대사습놀이 기부천사의 5740만원 기부금도 대회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송 이사장은 “올해는 일제 침략에 항거한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며 “전주대사습놀이에도 독립운동에 헌신한 선열의 뜻을 기린 특별공연‘100년의 함성을 외치다’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도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외국인 판소리마당’, 버스킹 공연, 대사습 유랑단, 대취타대 행렬 등도 눈길을 끈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인 동시에 현역 소리꾼이기도 한 명창 송재영의 판소리 외길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물어봤다.
전북 임실 출신으로 오정숙 명창의 동초제 적통을 이은 이일주 명창을 사사, 2003년 제29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부문 장원(대통령상)에 오르면서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어릴 때부터 백중날이나 추석이면 농악대 따라다니기 바빴어요. 우리소리의 신명과 흥이 날 때부터 뼛속 깊이 DNA로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중학교 때는 장날 약장수들의 풍물 공연에 빠져들어 학교도 빠지고 장바닥에 턱 괴고 앉아 온종일 약장수 공연만 보고 집에 갔다가 어머니에게 부지깽이로 맞기도 많이 맞았죠.”
화가를 꿈꾸며 비사벌예고에 진학한 그는 고교때부터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워 판소리 외길을 걸어왔다.
송 이사장은 “어릴 때부터 국악을 들으면 가슴이 둥둥 울리고, 왠지 모를 전율과 환희가 가슴 깊이 들끓었다”면서 “한국인은 누구라도 날 때부터 DNA에 우리소리에 대한 갈망이 각인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누구라도 풍물을 들으면 어깨춤이 절로 나고, 따라 부르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전주에는 명창도 많거니와 귀명창도 많아 전주대사습놀이가 최고 권위를 갖게 됐다”며 “남원 운봉이나 고창에서 명창이 많이 났다면, 전주에는 호남의 모든 물산이 집중되고 문화예술인도 몰려들어 예술을 즐기는 애호가들도 많았으니 귀명창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송 이사장은 “전주대사습놀이가 국악계 명창의 등용문이 되는 단순 경연장이 아니라 세계로 뻗쳐나가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시민과 관광객이 모두 하나 되는 잔치마당을 펼쳐 보이겠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전주=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