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탄의 인형’(감독 라스 클리브버그)이 돌아왔다. 지난 1988년 개봉해 2017년까지 일곱 편의 시리즈를 이어온 ‘사탄의 인형’이 2019년에 맞게 리부트 됐다. 처키는 AI 기능은 물론 녹음, 녹화까지 자유롭게 해내고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온도 조절부터 드론, 자율 주행 자동차까지 조종하게끔 진화했다. 빨강 머리에 멜빵바지를 입은 처키가 한 손에 칼을 쥐고 달려드는 특유의 이미지는 31년 전의 모습 그대로다.
캐슬란 사는 스마트 가전 기기를 연결하고 조작할 수 있는 AI 인형 ‘버디’를 출시한다. 사람을 대신해 TV를 켜고 음악을 틀어주며 택시 예약까지 해주는 기능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하지만 인형 조립 노동자의 악의로 탄생한 변형 ‘버디’가 우연히 마트 직원 캐런 바클리(오브리 플라자)에게 찾아온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들 앤디 바클리(가브리엘 베이트먼)에게 선물로 준 ‘버디’는 자신의 이름을 처키(마크 해밀)라고 말한다. 앤디와 친구가 된 처키는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며 조금씩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사탄의 인형’은 사실상 사탄의 인형이 아니게 됐다. 복수심에 가득찬 살인범의 영혼이 인형에 깃들었다는 설정의 원작은 ‘차일즈 플레이’(Child's Play)라는 제목을 ‘사탄의 인형’이라는 국내용 제목으로 개봉했다. 하지만 2019년 버전 ‘사탄의 인형’은 누군가의 영혼이 깃들었다는 설정을 포기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인형이 무섭지 않게 된 시대적 상황에 맞춰 폭력성이 억제되지 않는 AI 로봇 인형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 차이는 영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밤마다 사람처럼 말을 하고 돌아다니는 인형에 맞춰졌던 이야기는 순진했던 처키가 사람을 위협하고 살해하는 무서운 인형으로 바뀌어가는 서사로 바뀌었다. 처키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공포에 떨게 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깜짝 놀라게 하기 보다는 높은 지능과 기술력을 활용해 생각지 못한 방식들을 보여준다.
관객들의 심리를 압박하거나 생각지 못한 공포를 이끌어내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최신 기술력으로 대량 생산된 인형이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31년 전 처키의 촌스러운 모습 그대로라는 것, 자신의 이름을 처키라고 지칭하는 것 등 리얼리티를 과감히 포기하면서 원작의 느낌을 이어간다. ‘이건 영화 속 가상의 이야기’라는 걸 선언하고, 그것을 받아들인 관객들에게 원작과 다른 들려준다. 피가 튀기고 살점이 잘려지는 잔혹한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처음부터 무서운 느낌을 줄 생각은 없었다는 듯 처키와 앤디의 서사에 더 집중한다.
CG 대신 실제로 움직이는 애니매트로닉 인형을 이용해 디지털로 조작한 점이 눈에 띈다. 인형의 입장에서 촬영한 1인칭 장면들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2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