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욕도 이변도 없었다. 롯데가 최고 입찰가를 써내며 라이벌 신세계를 따돌리고 영등포 역사를 수성했다. 롯데백화점은 연매출 5000억원을 내는 서울 영등포점을 최대 20년간 더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입찰에는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내준 신세계, 구로점을 폐점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던 AK플라자가 참여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 17일 제시한 최저낙찰가 216억7341만원보다 35억원가량 많은 251억5002만원을 제시했다. 무릎을 꿇은 신세계는 입찰금을 공개하지 않았고, AK플라자는 입찰 시한 하루 전날,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업계는 기존 30년간 영등포역점을 운영해온 롯데의 수성 가능성을 높게 봤었다.
영등포역사는 롯데가 1987년부터 30년 점용 계약을 국가와 맺고, 1991년 완공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개장한 곳이다. 2017년 점용허가 기간이 만료된 뒤 철도사업법에 따라 지난해 국가에 귀속됐다. 대신 철도시설공단은 입주업체와 종사자 보호를 고려해 기존 사업자에게 2년간 임시 사용을 허가하고 이번 입찰을 진행했던 것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연매출이 무려 5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점포다. 15만명의 유동인구가 있어 롯데백화점 전체 매장 매출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롯데가 과감한 베팅을 감행하며 굳건히 수성전을 진행한 이유다.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기존 점포를 경쟁자에게 내주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반면 인천터미널을 내준데다 영등포역사 공략에도 실패한 신세계는 더욱 체면을 구기게 됐다. 특히 신세계는 올해 초 20년간 운영하던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내준 만큼, 영등포점을 통해 이를 설욕할 공산이었다. 게다가 신세계는 영등포역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에 백화점과 이마트를 이미 운영 중인 만큼, 기존 매장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구상했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역사의 사업권을 얻지는 못했지만, 향후 영등포점의 단계적 리뉴얼을 통해 인근 상권 최고의 백화점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기존 영등포점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K플라자도 영등포점 ‘입성’이 필요하긴 마찬가지였다. 오는 8월 구로 본점을 폐점하는 만큼 이를 대체할 거점으로 영등포점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AK플라자는 사전적격심사를 통과하고도 완주를 포기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사업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상생협약 등 여러 악조건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롯데는 주변 전통시장과 새로 상생협약을 맺지 않아도 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롯데는 내년 1일부터 5년간 영등포역사 운영권을 갖게 된다. 추가로 5년씩 연장이 가능하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개정될 경우, 최대 20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30년간 운영해온 영등포점의 신규 사업자로 재선정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편리한 쇼핑공간과 다양한 볼거리로 사랑받는 백화점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옛 서울역사 상업시설 입찰에는 현재 운영 주체인 한화역사가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 77억5100만원에 낙찰받았다. 현재 서울역사에는 롯데마트가 한화역사와 계약을 맺고 영업 중이다. 롯데마트의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롯데는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한화역사와 마트 운영을 위해 계속해서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