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홍콩의 한 대학 총장이 학생 보호를 위해 스스로 시위 현장에 나섰다.
연합뉴스는 2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인용해 “리어나도 청 링난대학 총장이 신계 지역의 위안랑역 인근에서 열린 ‘백색테러’ 규탄 집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청 총장은 이날 오전 학생 대표들을 만나 이번 집회가 불법으로 규정돼 참석이 위험하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학생들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청 총장은 제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집회 현장에 따라나섰다.
청 총장은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학생과 교수, 동문의 안전”이라며 “학생들이 오늘 행사의 ‘관찰자’로 오도록 요청했고 우리의 선생님들과 학생, 동문이 여기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곳”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위자’로 나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위안랑역 인근에서는 그가 나타나자 시위대 수백명이 그를 환호했다.
범죄인인도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주요 대학 수장이 시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28만8000명이 참석했다. 지난 21일 벌어진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3000명 이상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저녁이 되자 경찰은 시위대에 대한 강제해산을 명령했고, 최루탄과 비살상무기의 일종인 스펀지탄을 사용했다.
21일 밤 위안랑 전철역에 100여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최소 45명이 다쳤다.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 중에는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의 일파인 ‘워싱워’, ‘14K’ 등의 조직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