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9억가량의 투석 환자 치료비가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만성콩팥병 환자의 교육 및 상담수가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이사)는 "만성콩팥병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또 비용도 많이 드는 질환"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의료진과 환자간 교육과 상담의 부족으로 불필요한 치료방법을 오래 유지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되려 많은 의료비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성콩팥병 환자 중에서도 신장기능이 극히 저하된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신대체요법(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을 시행한다. 특히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 치료법 선택에 따라 환자의 상태 호전은 물론 불필요한 의료비까지 절약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투석치료 전과 투석치료 시작 후각각 1번씩 투석환자 대상 교육상담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단 두 번의 교육 및 상담으로 환자에게 치료방법에 대해 완전히 이해시키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국내 의료진들이 주장이다.
김 교수는 "환자 중심 투석방법의 결정은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심도깊은 논의과정"이라며 "고령화와 투석환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상담수가 적용은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10년부터 이런 공유의사결정제도(SDM·Shared decision making)를 통해 투석환자-의사의 상담수가를 폭넓게 적용했다.
각 환자별 생활주기에 따라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중 적절한 방법을 채택하게 하고, 환자 편의에 따라 일주일에 5일은 복막투석을, 하루는 혈액투석을 하는 방식의 수가적용도 허용한다. 재택환자에게도 지도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히데토모 나카모토 일본투석학회장(사이타마대학병원)은 "혈액투석은 장점도 있지만 학교나 취미생활에 제한이 있고, 복막 투석은 이에 비해선 자유롭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무엇을 해야 좋을 지 모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의사와 환자간 충분한 교육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카모토 회장은 "환자의 삶에 맞춰 투석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의료진이 시간을 들여 환자와 상호 정보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환자가 치료법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투석학회가 2008년 만성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투석 치료 전 단계 환자 중 60%가 '복막투석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투석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 40%도 '복막투석에 대해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나카모토 회장은 "당시 일본 의료계에는 놀라운 결과였다. 의사들은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환자들은 치료법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유의사결정제도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급여 개정 이후 지난 15년간 혈액투석 매출 자료를 보면 매회 환자당 매출자료를 보면 이런 진료보수 변경으로 환자 당 의료비용이 확실하게 떨어졌다"며 "이같은 방향이 되려면 비단 의사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정책을 움직이는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