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 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등산을 계획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만 앞선 무리한 등산은 오히려 독이 된다.
특히 폐경기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근육과 인대가 약해 부상을 입기 더 쉽고, 반월상 연골 파열 등으로 인해 기존 무릎 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다.
우선, 등산으로 운동 효과를 얻으려면 즐길 수 있는 몸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울퉁불퉁하고 가파른 악산이 많으므로, 무방비 상태로 등산에 임했다가는 무릎 연골에 안 좋은 스트레스만 가해준 셈이 된다.
여름 동안 더위를 피해 운동을 하지 않아 체중이 늘었다면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체중 관리는 안전한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밑거름이다. 비만인 경우 정상 체중에 비해 퇴행성관절염이 발생할 확률은 2배 이상 높은데, 이는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기계적 자극을 몇 배 이상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동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내리막길에서는 체중의 3~5배가 무릎 관절에 실리니, 체중 1kg만 늘어도 무릎 관절에는 3~5kg의 하중이 더해지는 것이다”라며 “하산 시에 관절의 부담을 줄여 주려면, 빨리 내려오기 보다는 무릎을 굽히면서 충격이 덜 가게 해주고, 등산 스틱 등을 사용하여 하중을 분산시켜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근력·기초 체력·유연성은 ‘등산 필수품’이다.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갈 수 없듯이 필수품을 갖춰야 무릎 연골이 안전할 수 있다”며 “이 3가지 요건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운동들을 평소에 꾸준히 해주어야 한다. 이들 운동들은 각자 자기 역할을 하면서 상호 보완해 주며, 등산 중 관절을 보호해 주고 부상을 예방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선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고 안정적으로 관절을 잡아줄 수 있도록 엉덩이 및 허벅지 등의 하체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있다. 근력이 있어야 관절, 근육이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고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해 줄 수 있다. 평소에도 쉽게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으로 계단 오르기, 스쿼트, 누워서 다리 들어올리기, 앉은 자세에서 다리 들어올리기, 까치발 들기 등이 있다.
두 번째는 기초체력 단련(조깅, 실내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다.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으려면, 몸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평소에 심폐 기능을 증진시켜 놓아야 30분 이상 걷고 10분 휴식하는 안정적인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연성 증진(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을 충분히 스트레칭)이다. 특히,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유연해야 앞무릎 관절로 부하되는 스트레스를 줄여 주므로, 하중이 증가하는 하산 시에 관절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 줄 수 있다. 등산 전후에도 15분씩 무릎 스트레칭 운동을 해서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을 높여 주는 것이 좋다.
이동원 교수는 “등산을 단순히 보고 즐기는 가을 나들이로만 여기지 말고, 부상 위험이 있는 운동으로 생각해 평소에 준비를 잘 해 놓으면 무릎 관절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