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하나의 각막으로 두 명에게 생명의 빛을 선사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이 안센터 황호식 교수팀은 지난 6월 20일 국내 사후각막을 기증받은 후 하나의 각막으로 6월 23일에는 과립각막이영양증이 있는 60대 여성 환자에게, 이어 6월 26일에는 푹스각막이영양증이 있는 60대 남성 환자에게 부분층각막이식술을 시행하여 이식에 성공했다.
각막이식의 경우, 기존에는 각막의 전층(상피세포층, 보우만막, 실질, 데세메막, 내피세포층)을 이식하는 전층각막이식을 주로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이상이 있는 층만을 이식하는 부분층각막이식이 늘어나고 있다.
부분층각막이식에는 ▲심부표층각막이식 (Deep anterior lamellar keratoplasty, DALK)과 ▲데세메막이식 (Descemet’s membrane endothelial keratoplasty, DMEK)이 있다.
심부표층각막이식은 각막내피세포는 정상이나 각막실질이 혼탁한 경우의 환자(수여자)를 대상 으로 하며, 환자의 각막에서 내피세포층, 데세메막, 약간의 각막실질을 제외하고 모두 제거한 후, 기증각막에서 내피세포층, 데세메막을 제거한 각막실질만을 환자에게 이식한다.
데세메막이식은 내피세포만 이상이 있는 경우의 환자(수여자)를 대상으로 하며, 환자의 각막에서 내피세포층과 데세메막을 제거한 후, 기증각막에서 내피세포, 데세메막을 벗겨내 이를 이식한다.
즉, 부분층각막이식술로 하나의 각막에서 각막실질은 심부표층각막이식 환자에게로, 내피세포 및 데세메막은 데세메막이식 환자에게 이식함으로써 두 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심부표층각막이식을 시행 받은 60대 여성 환자는 과립각막이영양증 (granular dystrophy)으로 수술전 시력이 안전수지 30 cm(눈앞 30 cm에서 손가락의 수를 구분할 수 있는 시력)였다. 심부표층각막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후의 수술후 교정시력은 0.25로 나아졌다.
심부표층각막이식술 중 기증각막의 내피세포와 데세메막을 벗겨내어 보존한 후 다른 환자의 데세막이식술에 사용했다. 대상 환자는 푹스각막이영양증 환자로 수술 전 시력이 0.1이며 각막부종에 의한 통증을 호소했다. 벗겨놓은 내피세포, 데세메막을 이용하여 데세메막이식을 시행한 후 술후 시력은 0.3으로 개선된 것은 물론 투명한 각막을 유지하고 통증은 사라졌다.
황호식 교수는 “심부표층각막이식 도중 기증각막에서 내피세포와 데세메막을 온전히 분리해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꽤 어려운 술기이다”면서 “기증각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부분층각막이식술은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각막이식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2017년 장기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막이식 대기자는 2109명이며 평균대기일은 2564일이나 되지만 안구기증자는 2017년 한해 20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병원에서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하지 않은 각막이식 대기자도 많기에 실제 대기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자에 비하여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입각막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