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득점이 비디오판독시스템(VAR)으로 인해 취소되면서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여태껏 VAR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해왔던 이들은 손흥민의 ‘1.6cm 오프사이드’를 두고 ‘VAR의 폐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논란의 장면은 지난 21일(한국시간) 토트넘과 레스터 시티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경기에서 나왔다.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후반 19분 세르주 오리에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상대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주심이 VAR로 상황을 수차례 돌려봤고 골이 터지기 직전 손흥민의 어깨가 레스터 수비수 조니 에반스보다 살짝 앞서 있었다고 판단, 골을 취소했다.
VAR 화면으로는 동일선상으로 보였지만 주심은 손흥민의 몸이 미세하게 골대 쪽으로 향했다고 판단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은 수비수보다 불과 1.6㎝ 앞서 있었다.
경기 종료 뒤 현지 전문가들은 격양된 표현을 쏟아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득점왕 출신 해설가 게리 리네커는 “VAR을 사용하는 방식이 쓰레기와 같다. 심판들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팬들에게 모든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분노했다. 프리미어리그의 레전드 공격수 앨런 시어러는 “VAR이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기술이 100%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위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1999년 3관왕으로 이끌었던 세계적인 수문장 출신 피터 슈마이켈도 “VAR은 명백한 심판의 오심을 바로 잡기 위해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미터 오프사이드 판정을 번복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손흥민의 오프사이드가 VAR 논란을 재점화 한 셈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EPL은 VAR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1~2년 전부터 VAR을 실시한 타 리그와는 다르게 올 시즌에야 제도를 도입했을 정도다. VAR 때문에 경기 흐름이 끊긴다거나, VAR의 완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반면 이번 사례를 VAR이 가진 공정성에 비춰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심판 출신인 마크 클라텐버그는 매체 데일리 메일에 실린 사설을 통해 VAR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VAR이 손흥민에게 1.6cm 오프사이드라고 말하면 그런 것”이라며 “아무리 미세한 차이라도 카메라로 잡아냈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트넘을 이끄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VAR은 공정하다. 나는 VAR에 실망하지 않았다. 실망한 것은 두 골을 실점한 우리 팀”이라며 “VAR이 때로는 이득이, 때로는 손해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축구”라고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