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 지방간에 의한 당뇨병의 발생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원장 김병관) 소화기내과 김 원 교수·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김상건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인한 당뇨병의 발생 과정을 연구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비알코올 지방간이란 음주와는 무관하게 과도한 음식 섭취, 운동 부족 혹은 유전적 원인 등으로 인해 간 내부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현대인들의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됨에 따라 유병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당뇨와 간경변증 등 추가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 원 교수·서울대 약대 김상건 교수 공동 연구팀은 고열량식 섭취로 비만이 유도된 동물실험모델의 간 조직을 추출해 조직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비알코올 지방간이 진단된 환자 31명에 대한 혈액 분석을 실시해 간 내 지방 축적에 의한 당뇨병의 발생 과정을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 비알코올 지방간을 가지고 있을 경우 간 내 신호전달 물질인 Gα13 유전자 발현의 감소로 인해 체내 전신 인슐린 저항성이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 연구에서, 비만이 유도된 실험군은 정상 대조군에 비해 Gα13 유전자의 발현이 유의하게 감소된 모습이 관찰되었으며, 특히 간세포 내 Gα13 유전자 발현을 억제시킨 실험군에서는 대조군 대비 1.2배의 혈당 수치 증가가 확인되었다.
반면, Gα13 유전자 발현이 감소함에 따라 대사장애의 유발인자로 알려진 ITIH1 (Inter-alpha-trypsin inhibitor heavy chain 1) 단백의 간 내 분비가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특히 Gα13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 실험군의 혈중 ITIH1 농도는 대조군에 비해 무려 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혈액 분석 결과에서도 비알코올 지방간과 당뇨병을 함께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높은 ITIH1 수치가 관찰되었으며, 혈중 ITIH1 수치가 높은 환자일수록 인슐린 저항성과 혈당, 당화혈색소 등 당뇨 관련 지표도 높게 관찰되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주요 대사 장기인 간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될 경우 신호전달 유전자의 발현은 저하되고, 상대적으로 대사장애를 유발하는 단백 물질의 분비는 증가해 인슐린 저항성 등 당뇨 발생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김 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 등 대사장애로 인한 당뇨병 발생에 간 내 특정 단백 물질이 관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며 “해당 단백질 분비를 억제시키는 중화항체 요법이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당뇨병은 각종 합병증과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대사질환인 만큼, 평소 꾸준한 운동과 적정량의 식사를 유지하는 생활습관을 통해 당뇨병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산업진흥원 질병중심 중개중점과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019년 9월호에 게재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