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간이 짧은 소아청소년의 경우 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소아내분비학) 심영석 교수는 ‘소아청소년에서 수면시간과 비만 및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연관성(Association of sleep duration with onesity and cardiometabolic risk factors in children and adolescents: a population-based study)’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논문은 자연과학분야 SCIE급 국제학술지이자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인용지수(Impact Factor) 4.011)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10~18세 소아청소년 6048명의 수면시간과 비만 및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수면시간은 미국수면재단(NSF, National Sleep Foundation)의 권장 수면시간을 기준으로 했다.(<표1> 참고)
교란변수를 조정해 분석한 결과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비만 및 과체중일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시간이 매우 짧은 경우 비만과 과체중의 비율이 1.7배 높아졌고, 복부비만을 의미하는 허리둘레는 1.5배 커졌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수면시간이 매우 짧으면 비만은 1.2배, 과체중 비율이 1.8배 높아졌고, 여성의 경우 비만은 2.3배, 과체중은 1.7배 높아졌다.(<표2> 참고)
주목할만한 부분은 권장 수면시간보다 길게 자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았다. 권장 수면시간보다 잠을 많이 잔 소아청소년의 경우 중성지방인 혈중 트리글리세리드가 증가했다. 긴 수면시간을 자는 여아는 권장 수면시간을 자는 여성보다 트리글리세리드 수치가 3.86배 증가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수면과 비만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계질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는 심혈관계질환과의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영석 교수는 “수면시간이 짧으면 식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의 활동이 감소해 단기적으로 체중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며 “또 짧은 수면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비정상적으로 촉진해 식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수면은 소아청소년의 성장과 발달 및 건강상태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성인이 되어서까지 비만과 심혈관계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적절한 수면시간을 취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심영석 교수는 최근 소아청소년의 체질량지수를 계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BMI(kg/㎡)가 아닌 체중을 신장의 세제곱으로 나눈 TMI(kg/㎥) 수치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했다. 심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소아청소년 8464명을 TMI로 분류하여,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TMI의 분포를 확인하고 TMI를 통한 비만분류의 안정성을 확인했다.
현재 소아청소년의 경우 빠른 성장과 발달로 인해 비만 분류를 위한 측정법으로 BMI 대신 BMI 표준편차점수 또는 BMI 백분위수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BMI는 키가 일정할 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경험하는 소아청소년에서 비만이 아니더라도 더 높은 체지방수치를 보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체중을 신장의 세제곱으로 나눈 TMI가 사춘기 발달기간 동안 BMI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분포를 보여 비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BMI보다 정확하고 편리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역시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게재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