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에 입찰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검찰 수사의뢰가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묘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발표가 관치주의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전날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도정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합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각 건설사의 입찰제안서 내용 중 20여건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현행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 의뢰와 함께 입찰 무효 등 시정조치 등을 내렸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의뢰가 단지 보여주기 식의 규제가 아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2년 전에도 똑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이사비 무상제공 등으로 불법 논란이 불거졌던 바 있다. 현재 해당 사업지에 대한 수사는 조사만 2년째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2년 전 상황과 다르다고 봤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해 오히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사의뢰의 목적이 건설사들의 불법 홍보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개발사업을 중단하는 데에 있다는 것.
실제 한남3재정비촉진구역은 강북 최대 재개발 지역이다. 사업이 진행되고 나면 서울 집값에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체 한남뉴타운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사업지(38만6395㎡, 11만6884평)에는 지하6층~지상22층 아파트 197개 동(5816가구)이 들어선다. 공사비만 1조8880억, 총 사업비는 7조원에 달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조합은 빠른 사업진행이 가치 있다고 보고 이번 정부가 지적한 위반사항을 일정부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서울시는 이번 발표를 통해 향후 다른 조합들에게까지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은 정부 반발보다 사업진행에 대한 우려가 많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발표는 정부의 사업 규제에 대한 조합의 반발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합의 보증금 몰수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조합이 보증금 몰수를 결정하게 되면 큰돈인 만큼 적극적인 반발이 어려울 거라는 설명이다.
앞서 한남3구역 조합은 지난달 입찰을 개시하면서 참여 조건으로 회사당 150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내도록 했다. 건설사들은 이 가운데 800억원은 현금으로, 700억원 가량은 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 내기로 했다. 하지만 입찰 자체가 무효로 되면서 조합이 보증금 몰수를 결정할 경우 건설사들은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주택기획관은 “입찰보증금 몰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조합에게 있다. 조합이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표는 입증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사업을 중단시켰다는 것에 더 큰 의의가 있다”며 “여기에 기존 3사에 대한 입찰 보증금 4500억원의 몰수 가능성을 제시하며 조합의 적극적인 반발도 무력화 시켰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이번 발표를 유서 깊은 관치주의의 단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치주의는 경제를 자유시장경제 질서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개입해 수급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면 건설사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규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입찰에 참여했던 건설사 관계자는 “보증금 몰수 등은 조합 측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고, 정부의 뜻에 반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썬 별다른 입장이 없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